'십대가수' 등 기존 포맷에 '퀸덤' 등 실험 병행
"아티스트 등용문 겸 장르 다양화" vs. "새 스토리텔링 고민해야"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논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가요 시장에서 오디션을 통한 새 그룹 탄생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편으로는 이번을 계기로 오디션 장르 자체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프듀' 시리즈가 오디션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가장 강력한 본능을 일깨운 건 사실이다. '데뷔할 멤버를 내 손으로 직접 고르고 키운다'는 뜻을 함축한 '국민 프로듀서'라는 포맷은 상당히 강력했다. 특히 보이그룹 워너원을 탄생시킨 시즌 2에서 그 힘은 최고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프로듀스 엑스(X) 101' 투표 조작 논란은 '내 손으로 뽑는다'는 기본 전제를 무너뜨린 셈이 돼 시청자 분노도 그만큼 더 컸다. '프듀' 시리즈뿐만 아니라 '아이돌학교'까지 아이돌 오디션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오디션 장르를 선도해온 엠넷은 끊임없이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걸그룹들의 컴백 대전을 콘셉트로 한 '퀸덤'처럼 무대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디션, 그리고 10대 보컬리스트를 뽑는 '십대가수'처럼 기존 오디션 형태를 이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양분해볼 만하다.
오디션 장르를 포기할 수 없다면 기존 오디션을 좋아하는 팬덤을 위해 익숙한 포맷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시도를 더한 실험작을 병행해 선보이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밖에 TV조선 '미스트롯'의 '빅히트' 후 각종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지속해서 방송 중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오디션 장르가 가요 시장의 주된 한 축'이라는 전제부터 재고해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음악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진화나 스토리텔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그런 고민이 안 보인다는 게 문제 중 하나"라며 "오디션은 현실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공정성'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면이 있었는데 비즈니스와 결합하면서 이런 사태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는 일반인들이 프로 가수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었는데 요새 오디션은 기획사 연습생 등 '준연예인'들이 참여하면서 사업적으로 활용되며 부작용이 생겼고, 대중적 관심도 많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또 "한류 시장 영향력도 오디션 자체가 가졌다기보다는 오히려 한류 시장이 커지면서 오디션이 수혜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오디션은 특정 마니아층의 호응 이상의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오디션을 여전히 '포기 못할 장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아티스트 등용문이자, 중소기획사·일반인에게 기회의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강다니엘, AB6IX, 악동뮤지션, 장범준, 폴킴 등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그는 "송가인, 뉴이스트 사례를 보면 (이들이) 데뷔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디션 프로를 통해 재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오디션 장르가 K팝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프로듀스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 사례를 들어 "아이즈원은 세계 2위 음악시장인 일본에서도 큰 활약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스트롯', '슈퍼밴드', '쇼미더머니' 등 다양한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국내 음악시장 생태계를 다양화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