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지나쌤

스쿨존 횡단보도서 아들 잃은 부모 "다신 이런 슬픔 없기를…"

청와대 국민청원,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나라 만들어 주세요"

By Yonhap

Published : Oct. 9, 2019 -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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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지만 다른 아이들이 이런 사고로 생명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청원을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스쿨존 안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애끓는 부모의 사연이 올라와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스쿨존은 어린이 보행자 보호를 위해 30km 이상 속도를 내서는 안 되게 규정된 곳이다.


사고가 난 스쿨존 횡단보도 (아산=연합뉴스) 사고가 난 스쿨존 횡단보도 (아산=연합뉴스)

충남 아산에 살던 김민식(9·초등2) 군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9월 11일 오후 6시쯤 사고를 당했다.

추석연휴를 맞아 모두의 마음이 들떠 고향으로 떠나기 바빴던 그 시간, 민식 군은 동생(4)의 손을 잡고 엄마가 일하는 용화동 온양중학교 정문 앞 사거리 인근 치킨집을 향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절반쯤 건너는 순간 교차로를 가로질러온 구형 코란도 차량이 민식 군 형제를 무참히 덮쳤다.

이 사고로 민식 군이 병원으로 이송 중 숨을 거뒀고, 동생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는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찍혔다.

교차로에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다.

치킨을 튀기며 평소처럼 가게에서 일하던 민식 군의 어머니(33)는 '쿵'하는 소리에 밖을 내다봤다. 큰아들과 셋째아들이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밖으로 뛰쳐나간 어머니는 쓰러진 아들들을 부여잡고 '살려달라'며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 밥 못 먹고 일한다고 자기 수저에 반찬까지 올려 한 입만 먹으라던 장남은 하지만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났다.

"용돈 주면 붕어빵 사서 식을까 봐 가슴에 꼭 끌어안고 집에 와 하나 먹어보라던 착한 아이였는데,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피곤하니깐 항상 두 명의 동생을 챙기던 민식이는 저에게 끝없는 사랑만 주고 떠났습니다"

민식 군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한 어른의 한순간 실수로 행복하기만 했던 한 가정이 무너졌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한 번만 주변을 살펴봤다면, 그 차량 위치에서 절대로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할 수 없었습니다. 설령 발견을 뒤늦게 했더라도 급브레이크라도 밟았더라면 최소한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고 이후 차마 떠나보낼수 없었던 아들의 장례를 치른 민식 군 어머니는 치킨집을 정리했다.

아들이 떠나간 자리를 지나갈 엄두도, 용기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식 군 아버지(35)는 청원서에 "부디 널리 공유해주시고,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세요"라며 많은 동참을 당부했다.

해당 글에는 8일 오전 8시 현재 3만4천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2924) 이다.

교통사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가해 차량의 과속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