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복은 정신질환 관련 잔혹한 시기의 상징" 비판
구찌, 올해들어 터틀넥 스웨터·헤드피스에 이어 또 구설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민감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해 비난을 받은 이탈리아 명품업체 구찌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구찌는 잇단 논란에 수개월 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의 다양성 및 포용성 담당 책임자까지 영입했으나 또 허점을 드러냈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의 '밀라노 패션 주간'(Milan Fashion Week) 행사 중 구찌 쇼에서는 모델 아이샤 탄 존스가 캣워크 동안 침묵시위를 벌이는 일이 일어났다.
탄 존스는 "정신 건강은 패션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는 양 손바닥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시위하기도 했다.
탄 존스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자신과 다른 모델들이 이번 행사에 상의와 긴 바지가 이어진 형태의 흰색 구속복(straitjacket)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구속복은 정신 이상자와 같이 폭력적인 사람이나 죄수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해 입히는 것을 일컫는다.
탄 존스는 행사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구속복은 정신질환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잔혹한 시기의 상징"이라며 그때 사람들은 권리와 자유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보호시설에서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델들이 마치 육류가공 공장의 고기들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있는 동안 구찌가 정신관련 환자들을 암시하는 구속복과 모델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악취미라고 비판했다.
탄 존스는 행사 다음 날 다시 글을 올려, 전날 쇼에 참여했던 모델 일부와 함께 구찌 측으로부터 받은 보수의 일부를 정신건강 관련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행사에 참여한 구찌 모델 다수도 구속복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었다며 그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처럼 평화적으로 시위를 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찌 측은 이번 디자인이 패션과 자기표현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번 밀라노 패션주간에 열린 나머지 행사들의 형형색색의 디자인들과 차별화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찌는 또 "이들 의상은 이번 패션쇼를 위한 것으로 판매용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는 올해에만 이미 몇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제고하겠다며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출신 레네 티라도를 다양성 담당 최고책임자로 임명하히기도 했으나 이번 소동을 피해 가지 못했다.
구찌는 지난 2월 흑인 얼굴을 연상케 하는 890달러(약 106만원)짜리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를 신제품으로 선보였다가 흑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 제품은 눈 아래 얼굴 절반을 검은색으로 덮고 입 모양을 따라 붉은색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흑인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찌는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즉각 수거했다.
구찌는 또 지난 5월에는 세계 시크교도들이 쓰는 터번과 유사한 790 달러(약 94만원) 짜리 '헤드피스'로 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미국에 본부를 둔 시크교도 연합회는 "터번은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성스럽고 종교적인 신앙의 물품"이라며 구찌를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