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 느끼는 함정은 바로 스스로 독해에 대한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는 것 입니다. “난 독해는 어느 정도 되니까 회화나 청취, 영작에 신경을 써야지”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 보신 분들은 이러한 독해력 자만심에 빠지고 있거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독해자료를 읽을 때 대부분 아는 단어고 내용도 대충 파악이 된다라는 생각이 들면 독해에 대한 게으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게으름이 시작되면 독해자료를 꼼꼼히 보지 않게 되며, 자료 속에 숨은 여러 가지 좋은 표현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문 기사를 꾸준하게 읽으면 비슷한 표현들이 많이 나오고 해당 구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표현이나 구문들을 그냥 넘어가거나 내용을 안다고 대충 읽으면 시간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듣던 영문학 과목 시간에 외국인 교수님들이 강조, 또 강조한 사항은 “독해”였습니다.
“읽어라! 읽는 게 기본이다.”
문제는 이 기본적인 독해연습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제가 체험적으로 배운 독해는 “목적”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전략적인 독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지요. 물론 영어학습을 위한 독해는 자신이 증진시키려는 영어공부내용과 연계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정밀한 독해를 하는데 있어 영문 에세이나 신문기사 처음 읽어 내려갈 때 유용한 요령은
1. 누가 쓰는 글인지 파악하자
작가가 누구인지, 예를 들어 New York Times의 특정 칼럼리스트가 쓴 글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 칼럼리스트에 대한 정보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성향이라든지 주로 어느 쪽 분야의 글을 쓴다는 등의 관련 정보는 효율적인 독해에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합니다.
2. 시사성이 있다면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자
예전에 쓰여진 유전자 관련 논문과 현재 쓰여지는 논문의 논조는 상당히 틀립니다. 자신이 만약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시사성 있는 기사를 많이 읽는다면 항상 시대성을 고려하는 것이 독해의 밀도를 한 층 높일 수 있습니다.
3. 제목을 유의해서 보자
무슨 이렇게 당연한 말을 하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제목에 주의하는 독자는 많지 않습니다. 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주제나 실제 의도하는 바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제목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제목과 내용 사이에 뭔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저자의 그러한 의도도 추측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항상 메모하면서 읽어 나가자
모든 잡지와 책에는 여백(margin)이 있습니다. 그냥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뭔가 적어놓으라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단의 주제나,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단어, 혹은 구, 문장으로 적어가면서 읽으면 재미와 이해도가 급증합니다.
5. 처음 읽은 뒤에 대충의 느낌을 나름대로 요약하자
빠른 속도로 내용파악 위주로 글을 1회 읽은 뒤에는 반드시 노트나 책의 여백에 기사나 글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을 한 줄이라도 적어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느낌이 전혀 없다거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글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최소한 한 문장으로 주제를 요약할 수 있다면 이후 2번째 3번째 읽을 때에는 좀더 분명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내용파악에 신경 쓰며 독해가 가능합니다.
2번째로 같은 자료를 읽으면서 분석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아주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b)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다시 분석해 보면서 실제 자신이 응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c) 글의 서두와 결론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서 전반적인 내용과 의미, 주제를 분석한다.
d) 책이나 글을 덮고 종이에 전체적인 자신의 느낌, 주제와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을 최대한 상세하게 영어로 적어본다. 혹은 말로 요약해본다. (한국어 혹은 영어)
영문독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물론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문법도 숙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해 자료를 자신이 정말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대충 눈으로 한번 보고 넘어가는 식의 공부는 대충 잊어버리게 되고 실전에서 응용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영어에 대한 감을 위해서는 다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세한 표현을 공부하거나 독해 내용을 파악해서 회화나 영작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밀한 독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독해공부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양승진 기자 (insigh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