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스스로 삶을 마감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이 경매에 매물로 나와 2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실제로 고흐가 사용한 총인지 100%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위대한 화가의 비극적인 삶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이는 등 논란도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파리의 경매사 '옥시옹 아르-레미 르 퓌르'가 진행한 경매에서 19세기 말 생산된 7㎜ 구경의 회전식(리볼버) 권총이 감정가의 세 배에 가까운 16만2천500 유로(2억1천400만원 상당)에 낙찰됐다. 구매자는 미술품 수집가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총포기업 '르포슈'가 19세기에 제작한 이 권총이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1890년 7월 자신을 향해 격발한 바로 그 총으로 보고 있다.
경매사 측은 이 권총이 반 고흐가 사용한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정밀검사 결과 반 고흐의 사망 시점과 이 권총이 땅속에 묻혀있던 시간이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반 고흐는 사망 직전에 이 권총을 자신이 묵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라부' 여인숙의 주인에게서 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 고흐는 1890년 7월 27일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벌판에 나가 가슴 부분에 격발한 뒤 피를 흘리며 여관으로 돌아와 이틀 뒤인 7월 29일 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의 사후 반 고흐의 가슴에서 발견된 실탄은 이 르포슈 권총의 구경과 일치했다.
세월이 흘러 1965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벌판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이 권총은 2016년에 반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반 고흐가 권총 자살을 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미술사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이지만, 최근에는 자살이 아니라 그가 벌판에서 권총을 갖고 놀던 소년들의 오발로 반 고흐가 숨졌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가설은 2018년 미국의 배우 윌렘 데포가 반 고흐로 분해 주연한 영화 '영원의 문'(At Eternity's Gate)에서 다뤄졌다.
이 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 겸 화가 줄리언 슈나벨은 반 고흐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지낸 80일간 75점의 그림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했는데 자살을 할 리는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각본을 슈나벨과 함께 쓴 프랑스의 각본가 장클로드 카리에르도 AFP에 "반 고흐는 매일같이 새로운 작품을 그렸고 끊임없이 작업했다. 그는 우울하지도 않았다. 그가 자살했다고?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흐의 말기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가셰 박사의 초상'도 이 시기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그려졌다.
권총의 원 소유주인 '라부' 여인숙 주인의 후손들이 권총을 경매에 내놓자 프랑스에서는 논란도 일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반 고흐 기념관 측은 전날 성명을 내고 "권총의 그 어떤 흔적도 반 고흐의 죽음과 공식적으로 관련됐다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면서 "(경매가 반 고흐의)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