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빌려 탄 유람선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로 침몰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한국인 관광객 7명이 숨졌고 19명은 실종상태다. 우리 정부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뒤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 활동을 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은 좋지 않은 날씨 속에 사고 유람선이 다른 대형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 한국인 단체관광객 탄 유람선 침몰…7명 사망, 19명 실종
로이터통신과 헝가리 현지 언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밤 9시께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운항하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헝가리 의회와 세체니 다리 사이 강에서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침몰했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다고 우리 외교부와 헝가리 국영 M1 방송이 전했다.
이들은 국내 여행사 '참좋은여행' 패키지 여행을 하던 한국 관광객들로 확인됐다. 여행사 측은 자사 인솔자를 포함해 모두 31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탑승자는 관광객 30명과 가이드 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과 구조 당국은 지금까지 14명을 물 밖으로 구조했으나, 이 가운데 7명이 숨지고 7명은 생존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9명은 실종상태다.
구조된 승객들과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 3곳에 나뉘어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및 실종자와 다행히 구조된 사람들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을 인솔한 참좋은여행사 측은 사고 선박에 가족 단위 관광객 9개 팀이 탔으며 연령대는 대부분 40∼50대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소방 및 경찰 당국은 국회의사당과 가까운 세체니 다리에서는 한쪽 교통을 통제한 채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빗줄기가 그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교민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머르기트 다리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에 침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신속대응팀 급파…文 대통령 "자원 총동원해 구조"
우리 정부는 유람선 사고 현장에 신속 대응팀을 급파하는 등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뒤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 활동을 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현지에 신속 대응팀을 급파하도록 하는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본부를 즉시 구성하고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과 연락을 유지하고 상황을 공유할 것 등을 지시했다.
강 장관은 사고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 접견 등 이날 오전에 잡혔던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주헝가리 대사관은 현장대책반을 구성하고 현장에 영사 인력을 급파하는 한편, 피해 상황 파악과 함께 구조된 관광객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또 여행사 측도 현장에 직원 5명을 보내 상황을 파악 중이며, 본사 임원 등을 최대한 빨리 현지로 파견해 사고 피해자 및 사망자 유가족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늦은 밤 악천후 속 사고…"다른 유람선과 충돌후 침몰"
이날 사고는 늦은 밤에 기상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졌다.
사고 선박인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현지시간 오후 9시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 강에서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빠른 속도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이달 들어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에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다뉴브강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헝가리 M1 방송은 강물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높이는 5m에 이르고 며칠 내에 5.7∼5.8m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다른 유람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앞에서 모든 배가 갑자기 섰다며,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유속도 빨라 인명 피해가 클 것 같다는 말을 인솔자가 했다고 전했다.
저녁 들어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현지 유람선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배를 운항했다.
다른 배에 타고 있다가 글을 올렸던 한국인 관광객은 '안전 불감증인지 승객들 구명조끼도 안 씌워줬다'고 전했다.
사고 선박에 탔던 관광객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췄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선박은 다른 배와 충돌한 뒤 기울어지면서 급류에 휘말린 듯 빠르게 가라앉았다.
사고 선박과 충돌했던 배는 규모가 더 큰 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M1 방송은 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배와 충돌했던 다른 배에서는 별다른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을 운영하는 파노라마 데크 측은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의 통역을 돕는 현지 교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작은 유람선이 큰 유람선과 충돌한 것 같다"면서 "구조된 사람 중 한 분은 '큰 유람선이 오는데 설마 우리를 받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두 배가 부딪치고 전복이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