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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뢰 제거에 469년 걸려…'지뢰탐지쥐' 투입할까

국제 민간단체 '아포포' 국내 활용 제안…양산 천성산 등 적용 협의

By Yonhap

Published : March 20, 2019 -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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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천성산 정상부엔 한때 미군 미사일기지가 설치됐다가 철거됐지만, 주변에 매설했던 지뢰는 아직 640여발이나 남아 있다.

양산시는 물론 인근 사찰인 내원사도 지뢰를 조속하게 제거하길 원하지만 이를 군부대가 주관하고 예산 사정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군의 제거 방식에 반대도 적지 않아 진척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내전 등을 겪은 국가에서 지뢰탐지쥐를 이용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해온 국제민간단체 '아포포'(APOPO)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해 후방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지뢰탐지쥐를 이용하는 방안을 소개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아포포 코리아는 지뢰탐지쥐를 국내 매설 지뢰 제거에 활용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정치인 등을 상대로 타진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지뢰탐지쥐의 효용에 대해 검증된 바 없고 고도의 위험이 수반되는 지뢰 제거 작업 특성상 국방부와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 지자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포포 제공) (아포포 제공)

◇ 앙골라 등 3개국서 지뢰탐지쥐 검증

아포포에 따르면 쥐의 경우 후각 능력에 대해선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폭발물 탐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취약하다.

제네바국제지뢰제거센터(GICHD) 연구 결과 지뢰탐지쥐가 효과적으로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됐으며 쥐 한 마리는 지뢰탐지사 한 명보다 10배가량 더 생산적이라고 덧붙인다.

지뢰탐지쥐 운용팀은 지뢰탐지견팀과 비슷한 성과를 내지만 비용은 훨씬 싸다고 강조했다.

이 쥐의 또 다른 장점은 다른 사육사와 작업을 해도 같은 지뢰 탐지 능력을 보여준다고 아포포는 설명했다.

모든 지뢰탐지쥐는 지뢰 작전 국제표준(IMAS)에 맞는 테스트를 거치며 먼저 탄자니아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지뢰 작전 해당 국가에서 다시 한번 시험을 치른다.

지뢰탐지쥐 실험은 모잠비크, 앙골라, 캄보디아 국가기관에 의해 이미 검증됐고 적용됐다고 한다. 이들 3개국에서 쥐들이 150만㎡의 땅을 지뢰 위험에서 환원했다.

보통 85% 이상의 쥐들이 첫 번째 시도에서 시험을 통과했으며 2006년 지뢰탐지쥐가 도입된 이후 한 번도 지뢰를 놓쳤다는 보고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아포포 측은 밝혔다.


(아포포 제공) (아포포 제공)

◇ 국내 지뢰 상황과 '쥐' 활용 가능성

지뢰탐지쥐를 휴전국인 한국에서 활용하자고 제안하는 아포포는 현재 한반도 전체 지뢰 매설 추정지역 면적은 약 1억2천437만㎡, 기존 방식으로 모두 제거하는데 약 469년이 걸리고 비용은 약 1조원으로 예상했다.

분단 이후 지뢰사고 피해자는 약 1천여명으로 이 단체는 추정했다.

이 단체는 현재 매설된 지뢰는 DMZ 인근지역에 약 200만발, 후방지역에 3천36발이 확인되지 않은 채 묻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토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후방의 경우 전국 약 40곳(주로 산)에 60개 지뢰지대가 있는 것으로 민간단체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지뢰 위로 토양이 축적돼 지표면 깊숙이 지뢰가 묻혀 있거나 플라스틱·나무로 덮여 있으면 기존 지뢰탐지기에 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포포는 현재 국군이 보유한 장비와 기술로 지뢰를 제거할 때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장비가 노후화된 데다 보유량이 부족하고 일반 병사를 교육시켜 작전에 투입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여기에다 미확인지뢰지대 판정 시 실제 작전까진 수년이 걸려 실행력이 느리고 지표토를 제거한 후 제거하므로 토양 유실과 식생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비해 지뢰탐지쥐를 이용할 경우 국군 대비 20배로 작업 속도가 빠른 대신 비용은 5분의 1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뢰가 있는 지역만 탐색할 수 있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전문기술 국내 교육 가능성, 안전성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포포 제공) (아포포 제공)

◇ 천성산 지뢰 제거에 지뢰탐지쥐 활용하나

양산 천성산의 경우 옛 미사일기지 주변인 4만7천800㎡에 걸쳐 1968년 지뢰 1천837발을 매설됐는데 1998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12년 등 5회에 걸쳐 1천191발을 제거했다.

지뢰작전은 2012년 11월 내원사의 환경파괴 민원제기로 중단됐다. 지뢰매설지대 가운데 내원사 소유 부지가 2만여㎡ 포함돼 있다.

내원사 측은 2017년 들어 지뢰 제거를 다시 요청했다. 이번엔 군에서 제기하는 방법 이외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뢰탐지견을 이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산시 입장에선 국방부와 양산시 소유 부지에 대해 우선 지뢰를 제거해줄 것을 희망했다.

관계기관 회의 결과 올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지뢰제거 작전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예산사정으로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이번 지뢰탐지쥐를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 환경파괴 민원을 제기했던 내원사가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포포 측은 내주께 양산을 찾아 지뢰탐지쥐를 이용한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천성산 현지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관계기관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포포는 대신 경기도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단체로부터 협조 공문을 받은 양산시 측은 지뢰제거작전을 담당하는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측과 협의하라고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