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DGIST 연구팀 "피부미백·멜라닌 모사 표면화학 이해에 도움"
국내 연구진이 피부, 머리카락, 눈 등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인 멜라닌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이를 통해 거꾸로 멜라닌을 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팀과 대구경북과기원(DGIST) 신물질 과학전공 홍선기 교수 연구팀은 12일 인공멜라닌(synthetic melanin)으로 널리 연구 된 도파민-멜라닌이 형성되는 과정을 규명하고, 거꾸로 이를 분해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도약연구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9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멜라닌은 흑갈색을 띠는 색소로 멜라닌 양에 따라 피부, 머리카락, 눈 등의 색이 결정된다. 멜라닌은 빛을 흡수, 산란, 반사할 수 있어 피부에 흡수되는 자외선 양을 조절,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시키는 역할도 한다.
자외선은 비타민 D 합성 등에 도움이 되지만 체내 엽산과 DNA를 훼손하고, 과도 하게 흡수되면 멜라닌 축적을 유발해 흑색종, 주근깨, 기미, 노인성 검버섯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멜라닌 연구에 널리 쓰이는 도파민-멜라닌의 형성과정을 연구하던 중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자 간 결합인 양이온-파이(cation-pi) 결합이 멜라닌 형 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양이온-파이 결합은 양이온이 벤젠고리에 분포된 파이전자와 결합하는 정전기적 결합으로 최근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체 내 결합 등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부분적으로만 설명되던 멜라닌 형성과정에 양이온-파이 결합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해, 도파민-멜라닌이 pH 8∼9의 약염 기 조건에서 생성되지만 pH 10 이상의 강염기 조건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이미 형성된 도파민-멜라닌도 분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염기 조건에서는 도파민이 양이온 성질을 잃으면서 양이온-파이 결합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역으로 도파민-멜라닌이 형성되지 않고 분해되는 강염기 조건에 파이전자와 강하게 결합하는 칼륨 이온(K+) 또는 4차 암모늄 양이온(NH₄+)을 첨가하 면 양이온-파이결합이 유도돼 도파민-멜라닌 생성을 유도하고 분해를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논문 주저자인 KAIST 왕윤선 박사는 "이 연구로 멜라닌 형성에 기여하는 양이온 -파이 결합의 중요성을 밝히고, 양이온 종류에 따른 양이온-파이결합 세기를 조절해 멜라닌의 형성과 분해를 유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이 연구결과가 피 부에 축적된 멜라닌을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