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과도한 음주를 지속할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되도록 음주를 피하거나 아주 조금만 마셔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삼성서울병원 송윤미(가정의학과)·이상철(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심장 관련 질환이나 증상이 없는 성인 남성 854명을 대상으로 초음파검사를 통해 음주가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평소 술을 마신다고 답한 708명 중 278명이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었다. 이는 10명 중 4명(39.5%)꼴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심장 상태를 초음파검사로 관찰했다.
이 결과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좌심방 크기(좌심방용적지수)는 평균 29.42㎖/㎡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보다 7%가량 커져 있었다. 특히 얼굴이 붉어진다고 답한 사람들은 평소 마시는 술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좌심방의 크기가 컸다. 반면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좌심방이 커져 있는 기준은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이 196g을 넘어설 때로 분석됐다. 이는 시중에서 팔리는 알코올 17∼18도의 소주 1병(360g)으로 계산하면 반병 정도에 해당한다.
이를 넘어선 음주는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에게는 독약이나 다름없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이는 술을 마시고 나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란 독성 물질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이 물질에 특히 더 취약해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누적돼 심장의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좌심방용적지수가 커지면 피를 받아들이는 심장의 이완 기능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심장노화도 빨라지고, 결국 노인성 부정맥의 위험이 커진다.
물론 이번 연구결과가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에게 술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얼굴색에 변화가 없던 사람들도 붉어지는 사람들 만큼은 아니지만, 과도한 음주를 한 경우 좌심실의 크기가 커지고 이완 기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윤미 교수는 "적당한 음주가 어느 정도인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그 정도를 매우 낮게 봐야 한다는 점"이라며 "얼굴색이 붉어지는 건 자신의 심장이 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내는 적신호인 만큼 반드시 금주 또는 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주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에도 피치 못해 술을 마셔야 한다면 ▲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 것 ▲ 휴간일(간을 쉬게 하는 날)을 정할 것 ▲ 술을 마신 후에는 적어도 48시간 금주할 것 ▲ 가능하면 천천히 마시고, 폭탄주는 금할 것 ▲ 음주 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것 등을 권고한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코올중독 임상시험 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