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배출한 스타 중 하나는 마스코트 수호랑이다.
백호를 원형으로 한 수호랑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이 때문에 짝꿍이자 반달가슴곰을 모델로 삼은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잠깐 토라졌다는 풍문도 있었지만, 반다비 인기도 수호랑 못지않다.
수호랑과 반다비 '부모'는 이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수호랑, 반다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정말 애정을 기울여 만들었어요."
수호랑과 반다비를 소중히 받쳐 든 박소영(43) 매스씨앤지 콘텐츠디자인본부장의 이야기에 이인석(42) 캐릭터본부 팀장과 장주영(35)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디자인 전문업체인 매스씨앤지에서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베테랑들이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제작에 투입된 10명의 디자이너 중 가장 큰 짐을 떠맡았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를 찾았다.
매스씨앤지가 경쟁 입찰을 통해 마스코트 개발 업체로 선정된 것이 2014년 12월 말이었다.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파크 등이 참여한 치열한 경쟁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공식 보고만 30여 차례 이어지는 2년여간의 대장정이 곧바로 시작됐다.
어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대한민국 상징성 조사 등 실시한 설문조사마다 호랑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곧바로 호랑이로 확정 짓기는 무리였다.
"서울 올림픽 때 호랑이가 마스코트로 나왔기 때문에 다른 소재로 가는 것도 방향성 중의 하나였어요. 그 때문에 사슴으로 갔다가, 다람쥐로 갔다가, 진돗개로 갔다가, 삽살개로 갔다가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마스코트를 제작했어요."(박 본부장)
결국 구관이 명관이었다. 수많은 동물의 시안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사이 상징성, 타당성 등 여러 면에서 두루 점수를 얻은 호랑이가 합격점을 얻었다.
백호가 마스코트로 확정된 것은 호랑이간의 '내부' 경쟁을 거친 이후였다.
우리 전통이 돋보이는 민화 호랑이가 오랫동안 유력 후보였지만, 상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결국 탈락했다고.
개성 강한 외관이 전 국민과 전 연령층에 친근한 인상을 주기는 무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디자인팀은 에버랜드의 협조를 받아 고증한 백호 마스코트에 친근감을 심는 데 주력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수호랑 거대한 머리 크기도 치밀한 계산을 통해 나온 것이다. 3D 애니메이션이나 SNS 이모티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실무 디자인을 맡았던 이 팀장은 "수호랑을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랑이의 인상이나 형태보다는 좀 더 사람에 가까운 표정"이라면서 "머리가 크면 클수록 더 사람들이 예뻐한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동화처럼 수호랑·반다비의 배경을 만드는 스토리텔링과 이름을 짓는 네이밍, 디자인언어의 각종 규칙을 정리하는 가이드북 작업도 이들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이들은 "그래픽 과정보다 네이밍 작업이 더 힘들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름을 2천 개 정도 만든 것 같아요.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든 상품에 상표를 출원할 수 있어야 하니깐요. 변리사를 통해서 검증을 받고, 또 해외에서 혹시 나쁜 어감으로 쓰이는 말은 아닌지 부정 연상 검증도 받았고요."(박 본부장)
수호랑·반다비는 후반 작업이 완료된 지난해 중순 이들 곁을 완전히 떠났다.
2016년 가을 처음 대중에 공개됐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는 디자이너들은 요즘에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만든 캐릭터가 외면받으면 좌절감도 느끼고 (디자이너) 자신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 있는데, 이렇게 수호랑·반다비를 활성화 시켜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낍니다."(이 팀장)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이 잘 끝났으면 좋겠고,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 자긍심으로 남을 수 있게 수호랑·반다비가 계속 사랑받았으면 합니다."(장 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