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모의개회식을 지켜본 관람객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출구를 빠져나왔다.
대관령 칼바람을 3시간 넘게 견딘 이들은 9일 개회식 당일 조금이라도 추위를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모의개회식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시각 올림픽플라자가 자리한 강원도 평창군 횡계읍의 기온은 영하 14도였고,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철저한 보안검색으로 개회식장 입장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관람객들은 오랜 시간 야외에서 추위에 떨었다.
행사가 끝나기 전에 미리 빠져나온 50대 여성은 담요로 온몸을 두른 채 "너무너무 추워서 끝나기 전에 미리 나왔다. 발가락 동상이 걸릴 것 같아 더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손자와 함께 왔다는 유정옥(60) 씨는 "너무 추워서 아이가 발에 감각이 없다고 한다. 개회식 내용은 잘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회식 당일 올림픽플라자를 찾는 관람객들에 대한 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지붕이 없는 올림픽플라자는 처음 공개됐을 때 바람에 무방비상태였다.
이에 조직위는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마다 방풍막을 설치했고, 난방 쉼터(18개소)와 관람객용 대형 히터(40개)를 설치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에서 왔다는 50대 부부는 "추위는 단단히 준비해서 견딜 만했다. 사람이 모여있어서 바람은 생각보다 덜했다. 중간중간 따뜻한 곳에서 쉴 곳도 만들어놨더라"고 했다.
대신 입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불편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50대 남성은 "6시 반부터 대기했는데, 관중에 대한 배려가 더 있어야 한다. 소지품 검사를 한다고 1시간 넘게 밖에 서 있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왔는데, 그걸 못 갖고 들어가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강릉에서 온 30대 여성은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오늘은 방한용품을 안 나눠줬다. 연세 있으신 분들은 추위 견디기가 힘드실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올림픽플라자 부근 도로는 몰려든 차들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관람객은 도로변에 주차한 뒤 모의개회식을 관람했다.
특히 관람객 출입구 쪽 도로는 왕복 2차선이라 개회식 당일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