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살이던 B(17)양은 부모의 이혼으로 경기도에 사는 친할머니에게 맡겨졌다.
할머니(60대)는 당시 10여 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A(53)씨, A씨의 30대 아들 등 2명과 동거하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에 네 식구가 북적거리며 살게 되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B양은 자신을 돌봐줄 할머니와 의붓할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몽은 금세 찾아왔다.
그해 가을 할머니가 일을 나간 사이 A씨는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라고 협박, B양의 몸에 처음으로 손을 댔다.
고작 초등학생이던 B양은 무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집에서 쫓겨나면 더는 갈 곳도 없었다.
곧 A씨의 추행은 성폭행으로 번졌고, 빈도도 잦아졌다.
할머니가 직장에 가고 없는 사이 A씨는 B양을 수시로 성폭행했다.
A씨를 제외하고 집 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인 A씨의 아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를 앓고 있었다.
A씨는 B양을 유린하기 전 아들에게 "너는 PC방에 좀 가 있어라"라며 돈을 쥐여주곤 했다.
지속된 성폭행 탓에 B양은 중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됐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몰랐다. 배가 불러왔지만, 단순히 먹성이 좋아진 탓으로 알았다.
그러다 2015년 9월 초 집에서 첫째 아들을 낳았다.
B양의 나이 15살 때 일이다.
B양은 아무도 없는 집 안 화장실에서 혼자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할머니에게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게 된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만큼 A씨가 무서웠다.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자고 설득했지만, 되레 "남들에게 알려질까 봐 두렵고 창피하다"며 만류했다.
A씨는 이를 모두 지켜보고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출산한 데다,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줄 알면서도 출산 한 달도 안 된 B양을 차에 태워 집 근처 초등학교로 데려가 다시 만행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B양은 출산 후 곧바로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이번에는 임신 사실을 알았으나, A씨가 "누구에게든 말하면 너도, 할머니도 다 죽는다"고 협박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가 두 번이나 임신하게 되자 지난해 초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A씨의 손에 이끌려 낙태를 하러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6개월이어서 너무 늦었다는 답변만 받고 돌아온 것도 이때쯤이다.
B양은 경찰에서도 "거리에서 만나 알게 된 남자친구와 사귀다 임신했다"고 허위 진술을 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줬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며 A씨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배가 불러오자 지난해 5월 진학 2개월 만에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첫째를 낳은 지 꼭 10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중순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로도 A씨의 성폭행과 물리적 학대가 계속됐다.
참다못한 B양이 올해 초 그간 있었던 일과 두 아이의 아버지가 A씨라는 사실을 할머니에게 털어놓고서야 A씨의 인면수심 만행이 막을 내렸다.
A씨는 끝내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으나, B양의 악몽은 현재 진행형이다.
B양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양은 지방으로 내려가 요양하고 있다.
할머니는 A씨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 B양의 두 아들을 맡아 키우고 있다. 이제 막 만 1살, 만 2살이 된 아기들이다.
할머니는 오전에 아기를 아동센터에 맡겼다가 오후에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면서 경찰을 통해 입양 관련 법률 상담을 받고 있다.
결국 A씨의 패륜 행위는 B양과 할머니에게 치유 불능의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두 아기에게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