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되는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세계 랭킹에서 1위에 오르는 시모나 할레프(26·루마니아)는 8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 토픽'의 가십에서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선수였다.
1991년 루마니아 콘스탄차의 아르메니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할레프는 4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17살 때인 200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 유망주로 인정받았으나 성인 무대에서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2009년에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바로 가슴 축소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당시 그의 가슴 사이즈는 86㎝에 더블D컵이었으나 축소 수술을 받은 뒤에는 C컵으로 줄었다.
86㎝는 밑가슴 둘레이므로 변함이 없었고, 다만 컵 사이즈가 줄었다는 것은 윗가슴 둘레에서 밑가슴 둘레를 뺀 수치가 작아졌다는 의미다. 대략 5㎝ 이상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때만 해도 할레프는 세계 랭킹 300위대로 '무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할레프의 가슴 축소 수술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해외 토픽' 정도로나 다뤄졌다.
쉽게 말해 '별일도 다 있군' 수준이었던 셈이다.
할레프는 수술을 받고 난 뒤 인터뷰에서 "가슴이 너무 커서 상대의 샷에 빠르게 반응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허리 통증까지 생겨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수술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할레프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가슴이 작아진 할레프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2010년부터 다시 투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할레프는 그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WTA 투어 단식 결승에 진출했고 7월에는 세계 랭킹 100위 벽을 깼다.
2011년과 2012년에도 투어 대회 단식 준우승을 한 차례씩 달성한 할레프는 2013년 6월에 생애 처음으로 투어 단식을 제패하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4년 2월 톱10에 진입한 그는 같은 해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결승까지 진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할레프는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등에서 1승만 더하면 세계 1위가 될 기회를 세 번이나 잡았지만 이를 모두 살리지 못해 애를 태웠다.
그러나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WTA 투어 차이나오픈 4강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8위·라트비아)를 2-0(6-2 6-4)으로 꺾으면서 드디어 세계 1위의 꿈을 이뤘다.
키는 168㎝로 큰 편이 아니지만 다부진 체구에서 나오는 강한 스트로크가 위력적이고, 서브 역시 강한 편이 아님에도 안정적인 경기 스타일로 실책이 적어 좀처럼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는다.
할레프는 "드디어 세계 1위가 돼서 처음으로 코트에서 눈물을 보인 것 같다"며 "내일부터는 모두 잊고 다음 목표인 그랜드 슬램 우승을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4년과 올해 프랑스오픈 준우승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