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3일(현지시간) 전략폭격기 B-1B를 비무장지대(DMZ) 최북단까지 출격시킨것은 북한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으려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사이에 연일 '말 폭탄'이 오가고, 리용호 외무상의 '태평양 수소탄 시험' 발언으로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이 한층 고조되는 흐름 속에서 출격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라는 초고강도 발언과 더불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자, 김정은은 전례 없는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거론하며 도발 위협을 했다.
이어 북한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간부들이 '반미결전'을 다짐하는 집회를 여는 등 북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미 정부로서는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강경 메시지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B-1B 출격과 관련한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무찌를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화이트 대변인은 "모든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 가능성에 거듭 압박을 가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 무기인 B-1B의 역대 최전방인 DMZ 출격은 '태평양 수소탄 시험' 발언을 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 CNBC방송은 "국방부의 B-1B 전략폭격기 무력시위 발표가 리 외무상의 연설 시각에 조금 앞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이 세계 최대의 외교무대에서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쏟아내기에 앞서 사전 경고장을 보내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날 B-1B 무력시위는 사전 예고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지난 18일에도 F-35B 스텔스 전투기와 함께 B-1B 전략폭격기를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북상시켜 비행한 바 있다.
우리 국방부는 같은 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이달 중 추가로 B-1B 전략폭격기 전개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10월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해역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B-1B 출격이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출격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것은 현시점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의 자극적인 언행과 도발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날 새벽에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불과 20여㎞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