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기 아들도 마약 범죄를 저지르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들 파올로가 마약밀매에 연루됐다면 사살할 것을 경찰에 명령했다고 공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들에게 경찰에 내린 내 명령은 네가 (마약 범죄로) 붙잡히면 죽이라는 것이며 너를 죽이는 경찰을 내가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럼 사람들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부시장인 파올로는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64억 페소(1천423억 원) 규모의 마약이 밀수되는 데 뇌물을 받고 도와줬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파올로가 중국계 국제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조직원
이라는 의혹까지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야당 의원이 파올로 등에 삼합회 조직원의 문신이 있다고 주장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 어깨 쪽에 있는 장미 모양의 문신을 공개하며 문신이 범죄단체 소속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파올로의 마약밀수 연루설과 관련, "내 자식이 부패에 관여했다면 즉각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들은 경찰의 마약용의자 '묻지마식' 사살로 인권유린 비판을 받는 마약 유혈소탕전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자기 아들은 마약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