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만들어 관리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 퇴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개그우먼 김미화(53)씨가 피해 진술을 위해 19일 검찰에 나왔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말 부끄러움 없이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이 현실이 정말 어이 상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하달하면 국정원이 실행했고, 방송국의 간부 이하 사장님 이런 분들이 충실하게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다시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를 했다는 것이 이번 국정원 사건의 진술 또는 서류에서 나왔다"면서 "그러한 것들을 실행하도록 시킨 대통령이 정말 요즘 젊은 사람 말대로 실화냐?"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사찰을 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나라를 믿고 얘기를 하며 활동을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밑에 어느 범위까지 갈지를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비슷한 피해를 당한 동료 연예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왜 하필 저냐고 집에서 한탄하면서 생각해봤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동료뿐만 아니고 문화예술을 하려는 많은 후배를 위해 선배로서 이 자리에 기꺼이 서야 되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KBS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일에 대해서는 "트라우마가 사실 있다. 이런 자리에 다시 선다는 게 몹시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년 동안 전방위적으로 계획을 갖고 실행됐다는 것인데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든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성실하게 이번 사건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가 겪었던 일들을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