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격투기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일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두 선수는 오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12라운드 슈퍼웰터급(69.85㎏) 복싱 대결을 펼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 세계 200개국에 중계될 이 대결로 메이웨더는 약 2억 달러, 맥그리거는 최소 1억 달러 이상을 주머니에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돈만 따지면 두 선수에게는 이번 대결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아울러 링의 최강자인 메이웨더와 옥타곤의 지배자인 맥그리거의 대결은 최고와 최고,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만남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렸을 적 누구나 품었을 법한 "람보와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유치하지만, 자못 궁금한 질문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 비유하면 '배트맨 대 슈퍼맨,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프레디 대 제이슨' 등 수많은 '맞짱' 키워드가 현실로 구현된 것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둘의 대결에는 명백한 제약이 있다.
둘은 복싱 룰로 싸운다. 복싱에서는 허리 아랫부분을 쳐서는 안 된다.
만약 격투기로 싸운다면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의 상대가 될 수 없겠지만, 오직 두 주먹만 사용하는 복싱 룰에서 맥그리거는 단지 초보자일 뿐이다.
맥그리거는 십 대 때 복싱을 잠시 했지만, 아마추어 레벨에서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프로 복싱 경력 역시 전무하다.
그런 맥그리거가 맞붙는 상대는 오직 복싱 외길만 걸었고, 역사상 가장 완벽한 아웃복싱을 구사한다는 49전 전승의 메이웨더다.
10온스(약 283.5g)에서 8온스(약 226.8g) 글러브로 바뀌며 맥그리거가 조금은 유리해졌다는 전망에도 복싱 전문가들이 맥그리거의 승산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최근 복싱 트레이너인 매니 로블레스 등과 함께 맥그리거의 복싱 훈련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LAT은 "복싱 전문가들은 맥그리거가 지나치게 큰 궤적의 펀치를 휘두른다고 지적했다"며 "가드가 허술하고, 턱을 치켜들어 받아치는 주먹에 취약한 것도 약점"이라고 짚었다.
격투기에서는 니킥을 경계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 않는 편인데, 이러한 습관이 카운터 펀치의 제물이 될 소지가 있다고 복싱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하나 UFC에서는 보통은 3라운드, 메인이벤트는 5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그래 봐야 25분이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와 대결에서 최대 12라운드, 총 36분을 뛰어야 한다.
맥그리거가 초반에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장기전이 되면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복싱계뿐만 아니라 격투기계에서도 메이웨더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절대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맥그리거가 2015년 12월에 열린 'UFC 194' 메인이벤트에서 2006년부터 10년간 18승 무패를 기록한 조제 알도를 불과 13초 만에 쓰러뜨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감 하나만은 지구 최강인 맥그리거가 그때처럼 메이웨더의 안면에 주 무기인 왼손 카운터 펀치를 정확하게 꽂아넣는다면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약에 맥그리거가 메이웨더를 꺾는다면 복싱계에는 재앙과 같은 결과가 될 것이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에게 패배를 안겨 유명해진 호주 복서 제프 혼은 "역사상 최고의 복서인 메이웨더가 이제 겨우 첫 복싱 시합에 나선 맥그리거에게 진다면 복싱이라는 스포츠에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