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 스펀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각종 세균이 득시글거린다. 세균은 도처에 널려 있고 우리 피부나 장에도 존재하며, 설거지 과정에 음식찌꺼기가 끼고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방용 스펀지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세균이 살고,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삶아도 더 나쁜 종류의 세균이 살아남아 소독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푸르트방겐대학 마루쿠스 에게르트 교수팀은 가정집에서 사용한 주방용 스펀지 14개를 수거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DNA와 RNA 분석법으로 세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펀지에서 발견된 세균 종류는 362종에 달했다. 서식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 당 540억 마리였다.
연구팀은 생각보다 세균 종류와 수가 많아서 놀랐다면서 이는 사람의 대변 속 세균 서식 상태와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세균 중 일부, 예컨대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라는 균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병을 일으킨다. 이는 지방을 먹고, 지방성분의 배설물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스펀지에서 악취가 나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스펀지를 세제를 이용해 세탁하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거나 삶아도 일부 세균은 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세균은 오히려 병원성이 강하며, 다른 세균이 죽어 자리가 빈틈에서 더 빨리 증식했다.
에게르트 교수는 물론 사용한 스펀지를 세제와 표백제, 식초 등을 이용해 깨끗하게 세탁하고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로 자주 소독하면 좋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균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바로 증식하므로 주방용 스펀지를 1~2주 사용 후엔 버리거나 너무 아까우면 주방보다는 조금 더러운 욕실 바닥이나 변기용으로 사용 후 버리라고 권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 출판사 네이처가 발행하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