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관심을 가지구 그랬어요. 거의 쭉 이렇게 너무 가팔라가주구 툭 떨어지는데…"
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 씨가 TV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는 '가지고'를 '가지구', '가팔라가지고'를 '가팔라가주구'로 발음했다.
라쉬 씨처럼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남성이 한국인 남성보다 '여성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30일 나왔다.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의 서혜영씨는 최근 낸 석사학위 논문 '한국어 남성 학습자의 여성어 사용 양상 연구'에서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외국인 남성의 말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논문에 따르면 여성어는 남성과 비교해 여성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와 발화 방식 등을 의미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축약된 형태의 어휘, 강조 부사('되게', '너무', '진짜'), 된소리 발음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성은 '청소를 자주 하고'를 '청소를 자주 하구'로 바꿔 말하는 등 '∼오'를 '∼우'로 발음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두드러졌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20대 남성 54명과 30대 남성 46명, 20대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씨의 설문조사에서도 선행 연구와 유사한 '여성어' 사용 경향이 발견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조금'을 '쪼금'으로 된소리로 발음하는 현상(빈도 1.4배 이상)을 보였고, '이렇게'를 '이케'로 축약해 사용하는 경우(빈도 1.2배 이상)가 많았다. '∼오'를 '∼우'로 바꿔 쓰는 경향은 1.5배 이상의 사용빈도를 보였다.
서씨는 이를 바탕으로 '비정상회담' 1∼50회를 분석해 남성 외국인 패널의 대화를 살펴봤다.
중국 대표로 나온 장위안(張玉安) 씨는 36회에서 "영화 보호하려고 외국 영화 '쪼'금 제한하'구' 있어요. '따'른 외국 영화 올 때는 발음으로 만들면 '쪼'금 별'루' 안된다는 거도 있'구'요'"라고 말했다.
장 씨뿐 아니라 다른 패널도 '조금'을 발음할 때 80% 이상의 비율로 '쪼금'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논문에서 "이들의 경음화는 '오류'가 아닌 '특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인 기욤 패트리씨는 40회에서 "먹'구' 싶은 거 다 먹는 게 아주 좋은 거'구', 거기서 살 빼'구' 싶으면 운동하면 되'구'"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남성들은 한국 남성보다 '∼오'를 '∼우'로 발음하는 경우가 더 잦다고 서씨는 지적했다.
연결어미, 종결어미, 조사에서 각 회당 평균적으로 61.4회가량 '∼오' 형의 어휘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어휘의 66%가 '∼우'로 발음됐다는 것이다.
서씨는 외국인 남성의 한국어가 여성스러운 원인으로 한국어 교사의 영향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 남성 화자의 여성어 사용 경향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여성스러운 한국어 교사의 발화 영향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한국어 교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수업할 때 억양 등을 과장하는 표현 사용을 조심해야 하고, 남성이 여성스러운 표현을 남발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