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대장균의 유전체에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저장하고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동영상을 속에 품은 세균이 탄생한 셈이다.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최근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저장할 공간이 많이 필요해지고 그에 따른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저장매체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실리콘 기반 반도체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넘어설 매체를 찾고 있다. 그런 후보 중 하나가 유전물질인 DNA(디옥시리보핵산)이다.
컴퓨터가 숫자 '0'과 '1'의 이진법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DNA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로 정보를 저장한다.
연구진은 A에 1·0, T에 0·1, C에 0·0, G에 1·1을 각각 치환한 뒤 사람 손의 이미지를 디지털 정보로 만들고 이에 맞도록 염기서열을 배열했다. 디지털 이미지 중 화소(픽셀) 하나하나의 색상과 위치 정보를 염기로 변환해 저장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짧은 합성 DNA 조각을 대장균에 넣어주자, 대장균은 이를 받아들였다. 세균에는 바이러스의 DNA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유전체 안으로 끌어오는 '크리스퍼'(CRISPR)라는 면역체계가 있어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 DNA를 자르고 붙이는 이른바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도 이 면역체계를 이용한 것이다.
DNA 조각을 받아들인 대장균은 분열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했다.
연구진이 이 대장균들을 모아서 DNA 염기서열을 차세대 시퀀싱으로 해독하자, 여기에 담긴 디지털 정보를 읽어 90% 정확도로 사진을 복원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말에 타고 움직이는 짧은 동영상 파일을 인코딩한 DNA를 대장균에 넣어서 저장한 경우에도 파일을 다시 읽어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DNA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에도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DNA 기반 정보저장 분야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장균 외에 다른 생물의 세포를 이용해 이런 '분자 기록장치'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