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하철 공사 도중에 폼페이를 닮은 유적이 발굴돼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26일 지하철 C선 공사 도중에 로마 제국 중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간 2곳이 발견됐다. 약 2천 년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공간은 화재 덕분에 나무로 된 천장과 가구 일부까지 잘 보전돼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 문화재 당국 관계자는 "이 같은 보전 상태는 특별한 기후와 환경 조건 또는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특별한 사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콜로세움 인근인 비아 델람바 아라담에서 이뤄진 이번 발굴 작업을 통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형태의 개의 유골도 발견됐다. 이 개는 화재 당시 건물 안에 갇혀 있다가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더 작은 동물의 유해, 흰색과 검정으로 이뤄진 모자이크 바닥 타일도 출토됐다.
로마의 특별 문화재 담당관인 프란체스코 프로스페레티는 "이번 발견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한 순간의 흔적을 엿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폼페이 유물을 닮았다"며 "삶을 정지시킨 화재 덕분에 특정한 시점의 생활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고 발굴 유물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고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이 2세기 초반 트라이아누스 황제 시기의 것으로 보고 있다.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로마에 존재하는 7개 언덕 중 하나인 첼리오 언덕 남사면이다. 이 일대가 로마 제국 시대에 부유한 귀족들의 거주지였고, 인근에는 병영 등 군사 시설이 있었던 것에 비춰 이번에 발견된 유적은 귀족의 집 또는 군사 시설의 일부로 여겨진다고 고고학자들은 추정했다.
한편, 2천700년의 역사를 지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인 로마에서는 지하철 공사 시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이 발굴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작년 5월에도 이번에 유적이 나온 곳 인근에서 2천 년 전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병영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2007년 첫 삽을 뜬 로마 지하철 C선은 잦은 유물 발굴과 함께 건설 자금과 연관된 부패 추문, 자금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완공이 지연돼 2021년에나 완전히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