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몰카 5천장 넘고 피해 여성 얼굴 그대로 노출된 사진도
경찰 "수사 착수하겠다", 방심위 "심의중…이용해지·접속차단 가능"
길거리나 지하철, 버스 등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9일 남성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 인터넷 사이트의 '포토갤러리'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체를 몰래 찍은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2015년 8월부터 최근까지 올라온 몰카 사진은 5천장이 넘는다. 첫 번째 글이 2013년 2월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어 훨씬 더 많은 몰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녔 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부 사진에는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 "잘 찍었다"며 게시자를 칭찬하거나, 사진에 등장한 여성을 품평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들 몰카 사진은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이 한 여성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여성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분통을 터트렸다.
커뮤니티 회원 한 명이 최근 올린 글에 "날도 더워졌는데 무서워서 반바지도 못 입겠다", "여기에 나도 있는 것 아냐? 왜 여자들은 이런 걸 걱정하고 살아야 하는 거지?", "우리 학교 사람도 있더라", "1호선 사진 만날 올리는 사람 있던데 나도 있을 듯" 등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사이트는 남성들이 성매매업소를 다녀온 경험담을 올려 공유하는 곳이다.
지역별 업소 연락처와 종업원 사진, 이용 후기를 접할 수 있다.
성매매 사실을 공유하고 당사자 몰래 찍은 사진을 유포하는 것 자체로도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수없이 올라온 몰카 사진 중에는 피해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 된 것도 있어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 사이트가 활발히 운영되는 동안 당국의 단속 손길은 미치지 않았 다.
경찰은 이 사이트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항이 있느냐는 연합뉴스 질의에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이트는 운영자 중 한 명이 2012년 8월 성매매업소로부터 광고료를 받아 챙긴 것이 적발돼 구속되면서 4개월가량 폐쇄된 적이 있으나, 이듬해 초부터 다시 운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적발돼 사이트가 폐쇄되면 서버와 주소를 바꾸고 트위터를 통해 회원들에게 바뀐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며 명맥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방심위는 이 사이트 관련 신고가 접수돼 심의를 진행 중이라며 "시정요구가 결정 되면 이용 해지 또는 접속차단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