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과정을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보는 시청자의 주요 동기 중 하나가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인 방송인(BJ)이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며 식욕을 억제하고 지연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1인 방송인(BJ)이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며 식욕을 억제하고 지연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가 역설적으로 먹방의 인기를 부채질한다는 해석이라 흥미롭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동숙 교수팀은 유튜브로 먹방 콘텐츠를 즐겨보는 20∼30대 남녀 14명을 심층 설문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15일 밝혔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음식을 많이 먹으면 뚱뚱해져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먹방을 자주 봤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먹방은 통상 BJ가 탕수육, 치킨, 피자, 케이크 같은 고열량 음식을 일반인보다 훨씬 많이 먹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설문 참여자들은 이런 폭식 장면을 보고 이를 따라 하기보다는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고 미루는 경향이 강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먹방 시청을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 대리 만족'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실제 참여자들은 이와 관련해 'BJ가 산더미 같은 음식을 다 먹는 것을 보니 질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먹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싶은 생각에 식욕을 참게 됐다' '오히려 운동하고 싶어졌다' 등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먹방이 살찌는 것을 죄악시하는 '몸매 공포 사회'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즉 끊임없이 몸매를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잠시 위안을 얻고자 BJ의 폭식 과정을 재미있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30대 먹방 고정 시청자라는 조건만으로 모집했던 참여자 14명 중에서 실제 확인해 보니 9명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밝혔다"며 "이들에게 먹방 BJ는 몸매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신 맞서주는 대리 저항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처럼 먹방을 '대리 저항'으로 즐기는 이들이 결국 '많이 먹는 것은 나쁘다'는 사회 통념에 복종한다고 설명했다. 먹방 시청은 순간의 일탈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은 먹방을 본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며 부끄러워했다. 이들에게 먹방은 '숨어서 즐기는 위안'인 셈이다.
먹방은 한국에서만 나타난 인터넷 방송 장르로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서도 큰 화제가 됐지만, 그 인기 비결에 관해서는 '사회적 고독감의 표출' '음식문화 발전의 여파' 등 아직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언론과 사회' 최근호에 '"내가 좋아하는 먹방 BJ는요……": 먹방 시청 경험에 대한 해석적 연구'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