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 영화적 욕심 때문에 벌어진 논란 같습니 다. 그래도 '옥자'가 업계의 새로운 룰과 규칙을 세우는데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습 니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옥자'를 둘러싼 극장 상영 논란에 대해 담담하게 입을 열 었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옥자'를 둘러싼 극장 상영 논란에 대해 담담하게 입을 열 었다.
봉 감독은 14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3주간의 홀드백을 원하는 멀티플렉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동시상영을 원하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제작된 것인 만큼,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극장 상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들이 큰 화면에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번 논란은 다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에 생긴 것이며, 원인 제공자는 저"라고 말했다 .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규칙이 만들어진 것처럼, 국내 에서도 '옥자'를 계기로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나 극장 개봉 영화와 관련한 업계의 세부적인 룰이나 규칙이 다듬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봉 감독은 "'옥자'는 멀티플렉스는 아니지만,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에서 상영 된다. 전국의 정겨운 극장들을 찾아가 볼 기회"라며 "그 상황 자체가 만족스럽고, 작지만 길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옥자'는 거대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으 로, 오는 29일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100여 개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상영 된다.
CGV·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들은 극장과 온라인 동시상영은 "영화산업의 생 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옥자' 개봉 불가 방침을 밝힌 상태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봉 감독은 '설국 열차'에 이어 '옥자'까지 다양한 문화가 담겨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대해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 어떤 문화적 철학을 갖고 접근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메커니즘은 동일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특별한 어 려움은 없다"며 "'괴물' 때도 호주, 뉴질랜드 미국 특수효과팀과 시각팀과 일을 했 고, 자연스럽게 그런 방식에 적응됐다.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차기작 '기생충'을 언급하며 "다음 작품은 100 % 한국어 영화가 될 것이다. 그런 스토리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틸다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등 '옥자'의 출연 배우들도 참석했다.
틸다 스윈턴은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다. 아름다운 '옥자'를 고향인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가 한국영화인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틸다 스윈턴은 "'옥자'는 범우주적인 성격을 지닌 영화"라며 "봉준호 감독은 영 화를 절대 일반화시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봉 감독은 나의 우상이며 형제"라고 극찬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도 "제가 태어난 국가에 영화인 으로 오게 돼 영광"이라며 "제 영화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다. 꿈이 실현된 것 같다"며 말했다.
'옥자'에서 케이 역을 맡은 그는 "사실 '케이'는 저다. 문화적 경계에 있는 존 재"라며 "그래서 외로울 때가 있는데, 모든 이민자와 그들의 후손이 겪는 일들이기 도 하다. 그런 경험을 이번 영화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 했다.
원로배우 변희봉은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 세상에 이 변희 봉이 칸영화제 참석하고, 별들의 잔치를 보고 왔다"면서 감격해 했고, 주인공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도 "(칸영화제 초청 경험은) 앞으로 연기 인생에서 잊지 못한 경험 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