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은 자택 근처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8일 확정됐다.
전통적으로 대권 주자의 첫 공식 일정과 장소에 남다른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만큼 참모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검토된 끝에 결국 '정도(正道)를 걷는 게 가장 낫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기를 모두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선보이는 첫 공식 일정이라는 점에서 순국선열이 계신 곳을 찾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귀국 당일인 12일은 도착시간이 오후 5시 30분인 만큼 곧바로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가서 여장을 풀고, 다음날인 13일 아침 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고향인 충북 음성과 모친 신현순(92) 여사가 거주하는 충주를 방문, 노모에게 귀향 인사를 하고 부친의 선영을 참배한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공항에서 길지 않은 '귀국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사당동 자택까지 공항철도와 지하철 4호선 환승 편으로 귀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는 서민적 행보로 부드럽고 친숙한 첫인상을 초반부터 구축하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공항 메시지에는 반 전 총장이 직·간접적으로 강조해 온 '대통합과 대타협'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첫날부터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은 삼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의 캠프 사무실도 광화문에 마련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금까지 광화문, 여의도, 강남권 등에 측근들이 머무는 소규모 사무실이 흩어져 있었지만, 최근 광화문 광장 인근 한 빌딩에 1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선정해 가계약을 마쳤다는 전언이다.
여의도 대신 광화문에 캠프를 차리기로 한 것은 '여의도 정치'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 민심에도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또 귀국 후 기존 정치세력과 직접적 연대를 모색하는 대신 당분간은 광주 국립 5ㆍ18민주묘지, 진도 팽목항, 부산 유엔묘지,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구 서문시장 등 전국의 주요 장소를 돌며 전임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귀국 행보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지지 단체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대 지지자 단체를 자처하는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는 이날 오후 시내 세종문화회관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사모 전국대회'를 열었다.
반사모는 이날 경과보고에서 소속 회원이 2만5천여 명이고, 미국과 남미 등에도 해외 지부를 열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과 오래된 지기로 알려진 임덕규 상임고문은 인사말에서 "본인이 하
도 겸손해 지난 10년 동안 대단히 많은 일을 했으나 국민이 아는 게 없다"면서 "운동선수들도 금메달 따고 오면 온 국민이 환영하는 것이 정상인데 지난 10년 동안 성과가 5천 년 역사 중 세계 최고인 인물을 헐뜯느라 정신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지자 모임인 '반딧불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반 전 총장을 향해 "실정에 대한 반성부터 보고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스스로 '폐족'이라 일컬을 만큼 참혹한 실정과 부패로 점철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반성했느냐"면서 "얼마나 반성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바타 비서실장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신영남패권주의를 부활시키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