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지나쌤

닭은 사실 똑똑하다…"엘리베이터 타고 집도 찾아와요"

애완닭 애호가 증가세

By 임정요

Published : Jan. 1, 2017 -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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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멍청하다고요? 모르는 소리 마세요. 개 만큼은 똑똑하거든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선경(47·여)씨는 2013년부터 집에서 닭을 키워왔다. 그해 7월 7일 태어난 닭 이름은 '칠석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이 학교 과제로 부화기를 만들었다. 메추리알을 넣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풀죽은 딸을 보다 못한 이씨는 마트에서 사 온 달걀을 넣어줬다.

그러고 22일째 되던 날, 부리로 달걀 껍데기를 깨고 거짓말처럼 칠석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산책중인 칠석이 (사진=연합뉴스) 산책중인 칠석이 (사진=연합뉴스)

그때부터 이씨와 딸은 애지중지 칠석이를 돌봤다. 칠석이는 이제 네 번째 가족이다. 동네 최고 명물이기도 하다. 칠석이가 아파트 화단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삭막했던 공간은 '사랑방'이 된다.

칠석이를 키운지 5년째인 이씨는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코웃음 쳤다.

어릴 적 개를 키워봤다는 이씨는 칠석이를 보면서 그 '명석함'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파트 화단에 풀어놓고 장을 보고 오면 칠석이는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서서 이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기다린다고 한다. 칠석이는 이씨가 나타나면 엘리베이터 문앞까지 앞장선다.

이씨가 옆에 없어도 산책을 마친 칠석이는 자신이 아는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함께 4층 자신의 집까지 올라온다. 물론 버튼은 주민이 눌러줘야 한다.

더 놀라운 건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에 서면 안 내린다는 것이다. 4층에 설 때까지 칠석이는 기다린다. "현관문 앞에 놓인 우산꽂이를 보고 4층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 같다"고 이씨는 전했다.

주인도 알아본다. 이씨가 "칠석아 밥 먹자. 꾸꾸" 하면 모이를 먹고, "칠석아 가자" 하면 뒤뚱뒤뚱 따라온다.

"한 번은 이웃 할머니가 장난삼아 '칠석아 가자' 했더니 훌쩍 날아올라 쪼더라고요. 주인이 아니니까 그런 거죠. 할머니께서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는데 혹여 다칠까 봐 깜짝 놀랐어요."

닭의 똑똑함은 연구결과로도 드러난다. 닭의 울음소리를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소리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는 우두머리 수탉과 우두머리 암탉이 이끄는 4∼13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했는데, 이런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학계는 추정한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닭이 우리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다"며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주인을 알아보고 쫓아다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우연히 닭을 가족으로 맞은 이씨네 집과는 달리 최근에는 애완용 닭에 관심이 생겨 닭을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애완닭 애호가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닭대통령'의 회원 수는 1만5천여명이나 된다.

애완닭은 200여종이 넘는다. 계획적인 교배를 통해 작은 크기, 강건함 등 애완용으로 적합한 특징을 갖게 된 '반탐'의 인기가 가장 높고, 털이 길고 화려한 '블랙수마트라'도 많이 키운다.

충북 진천의 애완닭 물품 판매업체 '에코팜' 관계자는 "애완용으로서 닭의 가장 큰 강점은 친근감"이라며 "알을 낳는 등 자녀 교육용으로도 좋아 최근 닭을 키우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능, 친근함, 교육적이라는 점 등 많은 장점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건 닭 역시 다른 애완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교감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씨도 칠석이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다'며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칠석이가 달걀을 낳으면 몸 불편한 동네 할머니께 드리고, 경비아저씨도 드려요. 칠석이를 보면 모두 웃어요. 이웃과 나누면서 살면 따뜻해진다는 걸 우리 딸은 칠석이를 통해 배웠어요. 칠석이는 그야말로 '복덩이'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