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상담 유명 한복디자이너 단독 인터뷰
“그때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3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한복점에서 디자이너 A 씨를 만났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을 몇 달 앞둔 지난 2012년 12월에 최순실 씨를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최 씨는 한복 한 벌을 맞춰달라며 이곳을 찾아왔다.
이 둘의 만남은 한복점 단골손님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A 씨는 단골손님으로부터 “중요한 나랏일 하는 분의 아내”라고 소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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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2012년) 오후 5시정도에 운전기사 한 분과 검정 중형차를 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뜸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자’고 하더라”며 당시 최 씨와의 첫 만남을 기억했다.
한복을 누가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 최 씨는 “중요한 사람이 입을 옷이니 잘 맞춰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이와 체격 등을 알아야 제작이 가능하다고 A 씨가 재차 설명하자 결국 “박근혜 당선인이 입으실 옷”이라고 답했다. 최 씨는 뒤이어 차에서 상자 한 개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 안에는 평소 박대통령이 입는다던 진홍색 한복 한 벌이 놓여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맞춰달라는 요구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잘 어울릴만한 색의 저고리를 추천하니 ‘어느 한복집을 가도 있는 색 아니냐’고 하길래 기분이 나빠 그 자리에서 직원을 불러 옷감 싹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A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그분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최순실 씨와 동일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최근 알고 나니 당시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말했다.
그 다음해 2월, 박근혜 당시 당선인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인 김영석(53) 한복 디자이너가 납품한 진홍색 한복을 입고 취임식에 참석했다. 김 씨는 앞서 미르 재단 초대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어울리면 무슨 색이든 못 입겠느냐. 그래도 좀 더 대통령 격에 맞는 한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야 있다.”
코리아헤럴드=박세환 기자 (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