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할 경우 인간은 운전에서 '해방'된 것인가, '추방'된 것인가.
미국 시애틀 정보기술 업계 거물들은 주간고속도로(Interstate) 5호선의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 구간 150 마일(241 km)을 자율주행 승용차, 트럭, 버스 전용으로 만들자고 최근 획기적인 보고서를 냈다.
미국 시애틀 정보기술 업계 거물들은 주간고속도로(Interstate) 5호선의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 구간 150 마일(241 km)을 자율주행 승용차, 트럭, 버스 전용으로 만들자고 최근 획기적인 보고서를 냈다.
이 제안이 실현될지, 또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 입증과 함께 '사람 운전자'들이 이를 해방으로 느낄 것인지, 추방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마드로나벤처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마존닷컴의 이사인 톰 알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을 지낸 크레이그 먼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밴쿠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후원으로 열린 혁신 회의에서 발표한 이 보고서에 대해 블룸버그 닷컴은 "도발적"이라고 표현했다.
마드로나벤처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마존닷컴의 이사인 톰 알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을 지낸 크레이그 먼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밴쿠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후원으로 열린 혁신 회의에서 발표한 이 보고서에 대해 블룸버그 닷컴은 "도발적"이라고 표현했다.
알버그는 "2년, 5년, 아니면 1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오게 돼 있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우선 합승(carpool) 전용 차로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엔 전 차로를 자율주행 자동차만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사람 운전자' 차량은 평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 사이 교통이 뜸한 시간과 주말에만 이 도로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2월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구글의 완전 자율주행 시험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운전자"로 인정했다. 이는 만일에 대비해 사람 운전자가 보조자로 '동승'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량은 사람 운전자보다 더 빡빡한 일정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기존 도로로도 사람과 물자를 더 많이 수송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이 제안은 새가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처음엔 매우 논란이 많을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 시대가 과연 올 것이냐, 언제 올 것이냐에 대한 회의론이 당연히 제기될 것이고 이 제안이 가져올 각종 이득도 깨닫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이들도 거부 반응을 예상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의 확산과 보편화는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시애틀과 밴쿠버가 공동으로 검토에 나설 경우 구글, 우버, 포드, 제너럴 모터스 같은 관련 기업들로부터 이 지역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이 지역이 혁신의 최전선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미끼'도 흔들어 보였다.
같은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 지역 신문 기고에서 "자율주행차가 공상으로부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고, 이튿날엔 미국 교통부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15개 항목의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지침은 자율주행 기능의 고장 대처 방안, 탑승자 사생활 보호 대책, 디지털 해킹 방지 대책 등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문제의 해결을 업계에 주문하면서 각 주 정부가 서로 모순되는 법규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등 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의 민원에도 적극 부응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도로교통 법규 등의 개정 흐름에 따라, 시내 중심가에서 사람 운전자가 모는 차량의 운행이 금지되는 시대가 5년 내에 올 수 있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컨설팅업체 언스트 앤 영(EY)의 육상수송담당 전무 크리스틴 숀도프는 22일 블룸버그닷컴과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그는 머지않아 사람 운전자의 자동차 운전이 '불법화'될 대상지로 런던 같은 대도시의 번잡한 중심가들이나 대학 구내, 공항 등을 꼽았다. 자동차 회사 기술자 출신인 그는 "'스마트(영리한) 도시'를 지향하는 마당에 도시 중심가에 사람이 모는 자동차는 그것을 무색하게 하고 '덤(얼간이)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핸들도, 브레이크 발판도 없앤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적 요소'를 다 빼는 것이다. 포드 역시 2021년까지는 핸들과 브레이크 발판 등을 없앤 로봇 택시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자율주행 차량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안전.
미국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3만8천300명이 사망하고 440만 명이 중상을 입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직전 해에 비해 8% 증가한 것인데 50년 만에 최대의 증가 폭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 기기들 사용으로 부주의 운전이 늘어난 탓도 작용했다. 세계 전체로는 매년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핸들을 잡으면, 우리는 인간일 뿐이기 때문에 실수하기 마련이다. 인간이 운전을 금지당하는 시점이 온다"는 게 제너럴모터스-카네기 멜런 자율주행협력연구실의 라지 라지쿠마르 공동소장의 단언이다.
그러나 일부 자동차 안전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자동주행 상태의 테슬라 차량의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을 가리키며 "그리 빨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출신의 자동차안전 감시 활동가 조운 클레이브룩은 인간일 뿐이기에 실수한다는 자율주행 자동차 측의 주장에 대해 '소프트웨어 운전자'는 "기계 뭉치들일 뿐이기에 고장 난다"고 반격했다.
자율주행 차량은 아직 눈길이나 안갯길에선 애를 먹으며, 일상적인 운전의 사회적 의미들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차로 일단 멈춤지역에서 사람들의 고개 끄덕임이나 손짓의 의미를 컴퓨터가 아직은 읽어낼 수 없다.
소비자 권익 매체인 컨슈머리포츠의 자동차 시험 국장 제이크 피셔도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의 성능이 실제론 사람들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인간을 대하는 것인데, 인간은 예측 불가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