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강의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계속되자 불안감에 휩싸인 일선 학교들이 경주행 수학여행을 속속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아예 수학여행 행선지 변경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 이번 지진의 진동을 몸으로 느껴 불안해진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주 현지에는 전국 학교들의 수학여행 취소 통보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일선 학교들은 세월호 대참사 이후 '안전'을 수학여행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초등학교 한 곳이 학생 안전을 이유로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현재 경주 여진은 374회 발생했다.오는 21일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한 서울의 초등학교 두 곳도 여행 취소 또는 행선지 변경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경주로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들에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이번 주와 다음 주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11개 초등학교 중 2곳이 일정을 취소했고, 1곳은 연기했다.
해당 학교들은 5·6학년생 120∼180명을 대상으로 이번 주 수학여행길에 오를 계획이었다. 나머지 8개교도 취소·연기를 검토 중이다.
충북은 이번 주를 경주 수학여행 기간으로 잡았던 6개 초등학교 가운데 1곳이 취소, 3곳이 연기를 결정했다.
나머지 2개교는 예정대로 수학여행을 떠날지 아니면 취소하거나 연기할지 협의 중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하반기에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한 각급 학교에 "안전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충북의 경우 하반기에 경주를 수학여행 코스로 잡았던 곳은 초등교 40곳, 고교 1곳, 특수학교 2곳 등 모두 43개교다.
전국 유일 내륙 지역인 충북은 경주를 수학여행 행선지로 가장 선호해 왔다.
충북에서는 올해 1학기 277개 초·중·고 및 특수학교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목적지는 '영남권'이 121개교로 절반에 가까웠다. 영남권 행선지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경주가 가장 많았다.
대전은 3개 초등학교가 이번 주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2곳은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 요구로, 1곳은 학교장 재량으로 취소했다.
다음 주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한 8개교는 여진과 현지 복구 상황 등을 검토해 취소 또는 연기할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홍천의 한 초등학교는 이달 28∼30일로 예정된 경주 수학여행을 긴급 보류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불국사 등에 전화를 해보니 '수학여행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일단 보류한 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2개교는 학부모 의견 수렴 결과 20% 이상이 반대하면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방침이다.
부산의 여자중학교 1곳과 초등학교 2곳이 다음 달 경주 불국사와 첨성대 등을 수학여행 코스로 계획해 놓고 있으나, 이번 지진으로 장소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경주행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곳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오는 21일 경주와 부산, 남해안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한 안성의 한 고교는 "지진피해 상황과 앞으로 추가 지진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예상된다면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학여행 성지'인 경주의 숙박시설들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예약 취소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경주시 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유스호스텔(13곳)만 해도 19일 오전에만 전국 10여개 학교가 850명의 숙박 취소를 통보해 왔다.
이들 유스호스텔은 6천명 가량 수용할 수 있다. 9월과 10월에는 전체 객실의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 학생들로 채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 청소년수련관 측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수학여행 취소 관련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당분간 지진으로 인한 수학여행 취소 문의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북교육청 역시 경주지역 수학여행 시 안전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