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 A씨는 자신이 대리운전업체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장거리 손님을 배정받지 못하는 '배차제한'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A씨는 대리운전보험료를 두고 업체와 다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여기지만 업체는 A씨가 불친절해 손님들의 불만 제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불합리한 배차제한 등 대리운전업체 부당행위를 신고하는 공간이 생긴다.
15일 국토교통부는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를 이달 말 개설해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고센터는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에 마련되며 접수된 부당행위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각 부처에 전달된다.
부처들은 부당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가령 대리운전업체가 대리운전기사에게 실제보다 많은 보험료를 받아간다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신고가 들어오면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업체나 보험사가 보험료를 횡령했는지 조사·수사하는 식이다.
대리운전보험은 업체별 단체보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업체에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면서도 실제 보험료는 얼마인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배차제한이나 지나친 콜취소수수료, 배차프로그램 강매 등에 대해서 신고가 들어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하면 시정조치할 방침이다.
정부가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데는 대리운전기사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뿐 아니라 대리운전업계 현황을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다.
대리운전은 음주운전단속 등이 강화한 1988년 도입됐고 1990년대 중반 전문업체가 등장해 2000년대 초반 대중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대리운전업체는 3천800여개, 대리운전기사는 8만5천명에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20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리운전업계 현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대리운전업은 '자유업'이어서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하면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할 수 있고 대리운전기사는 2종 보통 이상의 운전면허만 있으면 된다.
그러다 보니 대리운전 업체나 대리운전기사 수 조차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정부도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번호를 일일이 추려 대리운전업체가 몇 개인지 추측하는 정도다.
물론 대리운전업법을 제정해 대리운전업계를 관리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지난 2013년 이미경 의원 등이 발의한 대리운전업법(안)에는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하려면 시·도지사에 등록하고 대리운전기사는 '21세 이상으로 일정 운전면허를 3년 이상 보유했으면서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법으로 대리운전업을 규제하는 데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대리운전업체들은 영세하고 대리운전기사는 서민들이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찾는 '최후의 보루'같은 일이어서 까다롭게 진입장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조리가 상당한 대리운전업계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신고센터 운영결과를 앞으로 정책수립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