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창업하는 사람 중 63%가 생계를 위해 창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성공의 기회가 생겨 창업하는 기회 추구형(혁신형) 창업은 21%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벤처활성화 지원 정책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창업 목적은 생계형이 63%로 미국(26%), 이스라엘(13%)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또 기회 추구형 창업은 한국은 21%에 불과했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 핀란드, 스웨덴 등은 모두 50%를 웃돌았다.
이렇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창업에 대한 심리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42%로 미국(29.7%)이나 스웨덴(36.5%), 핀란드(36.8%)보다 높았다.
벤처 기업이 투자를 받는 비중이나 규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했다.
한국의 벤처캐피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6% 수준으로 스웨덴(0.66%)이나 이스라엘(0.38%), 미국(0.28%)보다 낮았다.
또 벤처 투자를 받는 기업의 비중도 0.139%로 스웨덴(1.427%), 핀란드(1.378%), 이스라엘(0.386%)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벤처 기업이 중간·성장 단계에서 투자를 받는 경우도 다른 나라보다 부족했다.
한국의 벤처투자는 업력이 3년 미만인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30.8%였고 중간 성장단계인 3∼7년은 24.8%뿐이었다. 반면 후반 단계인 7년 이상의 벤처 기업에는 전체 벤처 투자의 44.4%가 투자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68.4%)이나 스웨덴(60.9%), 핀란드(57.3%), 미국(49.6%) 등은 3∼7년 차 기업들에 투자하는 비중이 컸다.
벤처기업의 회수 단계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취약했다.
최근 증시 여건이 나아지고 코넥스 개장 등으로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건수가 늘고 있지만, 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11.9년으로 미국(7.5년)보다 4년 넘게 더 걸렸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 비중도 미국의 3.6%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은 창업에 실패할 경우 재도전 할 수 있는 여건도 나빴다.
한국의 평균 재창업 횟수는 0.8회로 미국(1.8회)과 비교해 크게 낮았다.
창업을 위한 자금 조달 비중도 자기자금이 80%로 높다 보니 창업에 한번 실패하면 자금조달이 그만큼 어려워 재창업을 어렵게 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성장단계별로 자금 지원과 기술이전, 재도전과 창업 의식 등 환경을 보완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중간 성장 단계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자금을 꾸준히 발굴하고 창업 보육 기관의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며 "실패는 경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