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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에 놀아난 은행·금융당국…855억원 부실 초래

By KH디지털1

Published : April 5, 2016 -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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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금융감독원 직원이 금융브로커의 소개로 1천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알선하거나 눈감아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와 시스템의 취약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에 따르면 산업은행 팀장과 국민은행 전 지점장 등은 지난해 1월 상장폐지된 디지텍시스템스가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 부국장도 이 회사의 금융감독원 감리를 무마시켜준다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텍시스템스는 기업사냥꾼의 인수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으나, 이들의 도움으로 1천160억원이라는 대규모 여신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는 금융권이 막대한 부실을 떠안게 되는 결과로 돌아왔다.

(연합) (연합)
검찰 발표에 따르면 불법 대출로 아직 상환되지 않은 금액은 산업은행 218억원, 수출입은행 220억원, 무역보험공사 50억원, 국민은행 26억원, 농협 57억원, BS저축은행 41억원 등 855억원에 달한다.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은행별로 고용된 '맞춤형' 브로커들은 전문적인 로비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국책은행·시중은행 직원들과 단발성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지속적인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책은행 직원은 디지텍시스템스 임직원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이들의 부탁에 지점의 대출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시스템의 취약점도 확인됐다.

검찰이 대출은행의 대출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 의결은 IMF 이후 실질적인 대출심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전체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나 의결없이 서류 심사를 하는 등 형식적인 대출심사에 그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시에 무역보험공사의 지급보증서는 실질 심의절차 없이 서면심사를 통해 내부결재 후 발급돼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보는 '당시 보증은 은행이 공사에 제공한 출연금에 근거해 추천한 협약보증'이라며 '현장 방문 등 정상적인 실질검사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 내부자의 금품수수 등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출의 적정성과 대출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부의 엄격한 통제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외부 기업에 부당하게 대출을 해준 2명의 직원을 자체 감사에서 적발했다.

이들은 하자가 있는 수출환어음을 사들이면서 별다른 채권보전 조처를 하지 않은 채 거액을 대출해 준 혐의로 감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피해 예상액이 두 건을 합쳐 약 80억원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발생한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2012~2014년 162건 7천50억원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업무상 배임이 4천207억원(17건)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크고, 사기 2천506억원(24건), 횡령 328억원(94건), 유용 9억원(20건), 도난 1억8천만원(7건) 순이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4천409억원(38건)으로 전체 사고금액의 62.5%를 차지해 전체 은행권에서 비중이 가장 컸으며 하나은행 1천604억원(8건), 우리은행[000030] 467억원(36건), 농협은행 311억원(17건), 한국씨티은행 172억원(2건) 순으로 많았다.

금융소비자원 조남의 대표는 "금융사들의 시스템이 불완전하고 개인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내부 시스템이 가동되는 프로세스를 살펴보고, 개인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관치적 요소가 사라지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