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시장이 뜨겁다. 서로 헐뜯고 흠집을 내는데 혈안이 되어 뜨겁다. 올해 초 SK텔레콤의 자회사이며 IPTV(전국 유료방송)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국내 1위 케이블 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 계획을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세 회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합병은 당위성을 KT와 LG유플러스는 합병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이 맞는 것 같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듯하다. 마치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아~?”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회사 합병은 흔히 있을 수 있는 비즈니스 결정이다. 하지만 통신 시장과 케이블 시장의 1위 업체가 합병을 한다면 대형 방송/통신 그룹이 탄생하게 되고, 경쟁업체들은 먹고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경쟁을 위해 방송과 통신 분야의 1위 사업자 간의 합병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일반 이용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없겠지만) IPTV, 케이블 TV가 뭔지, 이게 무슨 상관인지 고개가 갸우뚱할 것이다.
KT는 IPTV 서비스 올레 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운영 중이며, LG유플러스는 U+TV G IPTV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IPTV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최근 뜨고 있는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이고, 케이블 TV는 유선 케이블 망을 통해 방송 신호가 전달되며, 채널 수가 일반 공중파 방송 외에 여러 가지 채널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IPTV 서비스가 성장하며 케이블 TV 서비스 시장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왔기 때문에 서로 대체재에 해당한다. (법적으로는 IPTV와 케이블 TV는 이종 산업 군에 속한다) 한마디로 IPTV와 케이블 TV시장은 방송 서비스를 위한 주도권 경쟁을 했었다.
케이블 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자신의 이익을 갉아먹어 왔던 IPTV 서비스 사업자 KT와 LG유플러스에 상생에 대한 협의도 없었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케이블 TV 서비스를 이용해 방송서비스 쪽 영향력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멀티미디어 사업자의 영향력 증가에 대한 대응 차원의 의미도 있다.
기업 운영에 있어서 합병은 미래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통신 시장의 포화상태로 마치 단물 빠진 껌처럼 치부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절실하다.
관계 당국은 여기에서 곤란 한 처지가 된다. 기업 합병을 막자고 하니, 현행 법안이 명확히 해당 합병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당 합병을 두고 보기에는 경쟁 업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어느 것이 이용자, 사회 전체에 이익이 갈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주더라도 피해는 발생한다. 양쪽의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어 놓기에는 당국의 지혜가 부족한 듯하다.
이번 합병 건이 승인되어 시장 독점적인 기업이 탄생한다면, 그리고 눈에 띌 만한 여파가 나타난다면 (요금 인상, 경쟁 업체 고사 등) 그 비난의 화살이 관계 당국으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토론회도 여러 차례 열었지만, 명확한 답을 정하진 못한 상태이다.
합병 승인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지, 오늘도 통신 3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 통신사로 이직을 한 직원이 해준 말 한마디가 귀에 맴돈다.
“너무 원색적인 동네라…당황을 금치 못하겠다.”
경쟁 기업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한다면, 관계 당국은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구성원의 행복도 공익의 일부라고 본다면, 관계 당국은 이번 합병 승인 건이 해당 기업의 직원들, 소비자들, 소비자의 공익을 위해서 최대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코리아헤럴드 김영원 기자) (wone01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