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은 16일(현지시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뇌물 수수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미국이 몰수한 전직 FIFA 간부들의 재산 등에서 FIFA가 입은 피해 수천만 달러를 받도록 해달라는 손해배상 요구 청원을 미국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FIFA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법원과 검찰에 척 블레이저 전 미국 축구협회 부회장,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제프리 웹 전 북중미 카리브 축구연맹(CONCACAF) 전 회장 등 미국 법무부 수사를 통해 기소된 41명의 전직 FIFA 간부와 다른 축구단체들이 FIFA에 끼친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FIFA는 미국의 피해자 배상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 뉴욕 동부지방 법원과 검찰에 제출한 22쪽의 청원서를 통해 FIFA에 대한 명예훼손, 미국 검찰이 기소한 전직 간부들에 지급한 임금과 보너스 등 2천822만 달러, 이들이 FIFA 이름을 팔고 착복한 뇌물, 잭 워너 전 FIFA 회장 등이 횡령한 1천만 달러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미국 사법당국에 기소된 사람들은 FIFA나 다른 축구단체 내 지위를 남용, 축구 진흥과 개발에 사용될 돈을 착복해 FIFA는 물론 축구계 전체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손해를 입혔다"면서 "FIFA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돈들을 회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또 "기소자들은 FIFA는 물론 FIFA 프로그램에 따라 혜택을 봐야 하는 전 세계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로부터 돈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 돈은 집이나 수영장이 아니라 축구경기장을 짓는 데 사용돼야 했고, 보석이나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축구선수와 감독 개발 등을 지원했어야 할 자금"이라고 말했다.
FIFA는 수사 결과에 따라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지만, 최소 수천만 달러의 축구계 자금이 불법적인 뇌물이나 리베이트 등의 형태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미 FIFA가 주장하는 피해액을 배상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몰수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검찰이 이미 유죄를 인정한 전직 FIFA 간부와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들에게서 몰수한 금액은 1억 9천만 달러(약 2천268억여원) 이상이라고 AP는 전했다.
FIFA가 제출한 청원서는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2010년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당시 FIFA 집행위원들에 제공됐던 뇌물 1천만 달러가 도난당한 사실, 이번 부패사건에 많은 인물이 연루된 남미축구연맹(CONMEBOL)·CONCACAF 등과 자금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점 등을 공개했다.
이 청원서는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는 FIFA 집행위의 많은 위원들이 그들의 지위를 남용해 표를 팔았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면서 "잭 워너 등은 남아공 월드컵 개최를 위한 투표의 대가로 1천만 달러를 받았으며, 모로코가 1998년 월드컵 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