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美사모펀드까지 3파전 양상"…신세계·롯데는 부인
이랜드가 매물로 내놓은 킴스클럽의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신세계와 롯데그룹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킴스클럽 인수 숏리스트로 선정된 3개 업체는 다음 달 초 뉴코아 강남점과 킴스클럽을 대상으로 본실사에 나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숏리스트로 선정된 3곳은 신세계와 롯데 등 전략적 투자자(SI) 2곳과 재무적 투자자(FI)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3곳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3월2일부터 본격적인 실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 22일 '킴스클럽 매각 대상에 뉴코아 강남점을 추가하고 숏리스트 3곳을 선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상호 비밀 유지 조항 준수를 이유로 세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8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국내외 사모펀드를 포함한 FI 10여 곳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잠재 인수 후보가 '뉴코아 강남점을 매각 대상에 포함한다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이랜드가 막판에 이를 수용하면서 신세계와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랜드 측은 언론에 '숏리스트에 SI 한 곳이 포함됐다'고 넌지시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신세계와 롯데는 킴스클럽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미 밝힌대로 킴스클럽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면서 "왜 자꾸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도 킴스클럽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상호 비밀 유지 조항을 지키기 위한 각사의 '연막작전'일 수도 있다"면서 양사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업계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이번 킴스클럽 인수전은 사실상 신세계와 롯데의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세계는 뉴코아 강남점을 인수해 반포 일대에 종합 유통단지를 구축한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도심 재정비 계획에 따라 강남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할 예정인데, 신세계가 물밑에서 관련 지분을 매입해 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세계가 킴스클럽을 인수하면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백화점(신세계 강남점), 아웃렛(뉴코아 강남점), 대형마트(킴스클럽 강남점)를 하나씩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까지 손에 넣으면 반포 일대에 사실상 '신세계월드'가 들어서는 셈이다. 반포일대는 지하철 3·7·9호선의 환승역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도 높은 '노른자'로 꼽힌다.
반면 롯데 입장에선 뉴코아 강남점과 킴스클럽을 인수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신세계 강남점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 강남점은 17개월간의 증축·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최근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이번 새 단장을 계기로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해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따라잡고 국내 매출 1위 점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이는 롯데로선 상당히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랜드는 3주가량의 본실사를 거쳐 다음 달 안에 킴스클럽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킴스클럽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51개 유통 점포 중 37개점에 입점해 식료품과 공산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할인점(하이퍼마켓)이다.
업계에선 연매출 1조원 규모의 킴스클럽 영업권과 각 매장의 장기 운영권에 뉴코아 강남점까지 포함한 매각가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