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임기 4년차 국정 운용의 초점을 일자리 확대에 맞췄다.
거시경제 정책을 성장률과 함께 고용률 중심으로 운영해 고용률 70% 달성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고용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월에 발표할 청년·여성 고용 대책의 가장 큰 비중을 체감도를 높이는 데 둔다는 목표다.
단순히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 수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청년과 여성들이 실제로 일자리가 늘었음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경제정책 체감도 높인다…"행복의 핵심 요소는 일자리"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권 출범 이후 일자리는 국정 과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출범 첫해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청년 등의 실업률도 늘어났다.
작년 고용률(15∼64세)은 65.7%로 역대 최고치였고 청년(15∼29세) 실업률도 9.2%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고용률이 올랐다고 평가했지만 결혼과 출산 등을 위해 일자리가 절실한 청년층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자리 정책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행복지수가 높은 선진국들은 고용률이 높다"면서 "국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2013년 기준으로 네덜란드(74.3%), 독일(73.5%), 일본(71.7%), 영국(71.3%) 등의 고용률은 한국(64.4%)보다 훨씬 높다.
◇ 청년·여성 일자리 증대, 파급효과 크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이번에 빼든 카드는 청년과 여성 일자리 증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를 위해 노동개혁,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센터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청년과 여성 일자리 증대는 고용률 제고와 파급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은 전체 고용률(15∼64세)보다 훨씬 낮아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년 고용률은 41.5%, 여성 고용률은 55.7%로 전체 고용률 65.7%, 중장년(55∼64세) 고용률(65.9%)보다 낮다.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전체 고용률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저출산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의 일자리 참여 확대는 고령화로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든다.
◇ 실효성 높은 일자리 대책 추진한다
정부는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에서 효율성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단순하게 고용률만 높이는 게 아니라 대책의 수요자인 청년과 여성들이 이전보다 수월하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관이나 부처별로 복잡하게 분산돼 있는 청년·여성 고용 정책의 효율성을 전면 재검토해 일자리 정책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모든 정책의 고용영향 평가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고용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주로 사업주에게 줬던 고용보조금의 근로자 직접 지원 비중을 확대하고 기업에 주는 보조금은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취업장려수당의 1억원당 고용효과는 59.9명이고 사업주에게 주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은 13.9명이었다.
일자리 미스매칭(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취업과 연계한 학자금 상환을 지원하고 청년 단신 가구에 근로장려세제(ETC)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고용기여율은 90%가 넘지만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은 10%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IT(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쉽게 늘어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 신직업을 창출하는 창직(創職) 활성화에 필요한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미국의 직업 수는 2010년 3만654개지만 한국은 2011년 기준으로도 1만1천655개에 불과하다.
경기가 좋지 않아 창업이 힘들다면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거나 개발해 이를 토대로 일자리를 만드는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여성에 대해서는 여성 일자리가 출산, 육아,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간선택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개발하고 가족친화 인증 기업 확대와 인센티브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비정규직→정규직 이동 사다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청년·여성 고용 대책 마련과 관련해 단순히 고용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건실한 고용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보완적인 수단일 뿐이고 가장 확실한 대책은 경기를 살려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고용 정책을 할지, 고용률 정책을 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수치에 급급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면 한시적으로 취업자가 늘어나지만 몇 개월 안돼 실업자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로 인해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올라가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고용률 70% 달성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 건실한 고용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 구조로 이뤄졌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사다리가 없다"면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사회생활 처음부터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3∼5년씩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상승 사다리 문제를 해결해야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으로 미스매치 해결 대책을 강화해야 하고 5년마다 면세점 사업권 심사를 하는 정책처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책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석 교수는 이와 관련해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으로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 관련 기업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할 대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확대의 근본적인 대책은 경기가 활성화돼 기업의 투자나 창업이 늘어나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면서 이구동성으로 경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