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온라인쇼핑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기저귀·분유 등 육아용품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서로 자신이 '최저가'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저귀·분유 '10원 전쟁'이 오히려 반갑기보다 혼란스럽다는 소비자도 많다.
기저귀·분유 브랜드가 워낙 많고 품목·용량·개수 등에 따라 같은 브랜드라도 상품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도, 업체들이 앞다퉈 특정 용량의 특정 품목 최저가를 마치 모든 기저귀·분유를 가장 낮은 가격에 취급하는 것처럼 부풀려 이미지를 포장하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8일 '기저귀, 유통 전 채널 최저가 판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온라인몰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하기스 매직팬티(박스형), 마미포코 360핏(박스형) 기저귀를 온·오프라인 최저가에 판매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단 품목 수가 세부품목(대형·특형)까지 분류해도 네 가지에 불과함에도 보도자료 제목을 '기저귀 최저가 판매'라고 붙인 것도 이상하지만, 실제로 네 가지 기저귀가 최저가인지 사실 관계조차 논란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는 마미포코 360핏(박스형) 대형(72개들이)을 1만8천500원에 팔아 개당 가격(257원)이 전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18일 당시나 21일 현재나 온라인쇼핑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판매 단위(152개+추가 8개)만 다를 뿐 같은 기저귀를 더 낮은 개당 가격(249원)에 팔고 있다.
롯데마트도 18일부터 남양 임페리얼 XO 3단계(800g×3)를 상시 최저가(5만5천600원)에 내놓는다고 선전하고 있다. 1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만8천533원 꼴이다. 그러나 현재 11번가(www.11st.co.kr)에서도 같은 품목이 롯데마트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오픈마켓 안에서는 워낙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판매자들끼리 경쟁이 심해 판매자들이 시시각각 실시간으로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며 "이런 변화를 모두 파악해 오프라인 마트가 그보다 더 낮은 '상시 최저가'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기본 판매가격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각 업체들이 따로 상품들에 적용하는 별도의 카드사별 할인율, 행사쿠폰 등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최저가'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품목이 다양한 가격에 유통되는 게 현실이다.
시장에 유통채널과 판매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꼭 기저귀·분유 품목만이 아니라도 한 특정 유통업체가 어떤 상품에 대해 "우리만 최저가 수준에 판매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만한 환경이 아니고, 사실상 실현도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G마켓(www.gmarket.co.kr)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18일 시점을 기준으로 기저귀·분유·물티슈 등 대표적 육아용품의 6개 온라인 쇼핑사이트별(G마켓·옥션·11번가·쿠팡·티몬·위메프) 가격을 조사한 결과, 결정적으로 한 업체가 특별히 가격 우위를 보이는 품목이나 상품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분유 상품군에서 일동후디스 산양분유 3단계(800g×3), 매일 앱솔루트 유기농 궁 3단계(800g×3)의 경우 G마켓(13만2천900원·8만5천900원)과 옥션(13만2천900원·8만5천900원)에서 가장 쌌다.
반면 매일 앱솔루트 명작 3단계(800g×3)의 경우 쿠팡과 위메프의 판매가(5만2천800원)가 가장 낮았고, 매일 앱솔루트 센서티브 1단계(900g×3)는 11번가에서 최저가(11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기저귀도 마찬가지였다. 보솜이 천연코튼 중형 제품의 1개당 최저가(203원)는 옥션이 차지했지만, 나비잠 코지 1단계를 가장 싸게 파는 곳은 소셜커머스 3사(쿠팡·티몬·위메프)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가 한 때 할인 쿠폰 등을 쏟아부어 '기저귀·분유가 싸다'는 이미지를 만들자, 마트가 대응해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적자 규모가 불어난 소셜커머스가 현재 비용 부담 때문에 예전 같은 할인율을 포기했기 때문에, 현재 특별한 품목에서 '가격 절대 강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각 업체 이벤트·마케팅 전략에 따라 시시각각 가격 우열이 엎치락뒤치락할 뿐, 고정적으로 한 상품군을 싸게 팔 수 있는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