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국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구애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영유권 사태를 계기로 동남아에서 불붙고 있는 것이다.
18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오는 9월 양측 대화관계 구축 25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의 아세안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 등 경제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양측 교역액은 4천722억 달러(577조 원)로 미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 2천540억 달러(310조 원)를 훨씬 웃돌 정도로 아세안의 중국 의존도는 높다.
중·아세안 정상회의는 지난 15∼16일 열린 미·아세안 정상회의에 대응하는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추가 매립과 건설 활동, 군사 기지화의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과 아세안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다는데 합의했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만 TPP에 가입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3개국에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조정하는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다"고 반발하며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세안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제 지원책을 내놓으며 아세안 끌어안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5월 베트남, 9월 라오스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행은 작년 11월 시 주석에 이은 것으로, 국가지도부가 개편된 베트남과의 협력 관계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열린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친중 성향의 온건 중도파로 권력 서열 1위인 응웬 푸 쫑 당 서기장의 연임과 친미 성향의 시장주의자인 응웬 떤 중 총리의 퇴임이 결정됐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필리핀과 함께 반발하는 베트남은 미국에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라오스를 방문하는 것은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아세안과의 관계 설정에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라오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라오스는 최고 국가지도자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분냥 보라치트 부통령을 선출했다.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함께 아세안 내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과 캄보디아 해군은 다음주 캄보디아에서 중국의 군함 3척과 장병 737명이 참가한 가운데 처음으로 합동 해상훈련도 할 예정이다.
경제·군사·외교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이들 국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당사국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화교 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면서도 필리핀이나 베트남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고 있다.
미국이 이번 주 아세안과의 정상회의 폐막 때 채택한 공동 성명에 남중국해를 직접 언급하며 군사기지화에 반대하는 문구를 담으려 했으나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통합을 내세운 아세안 공동체가 작년 말 출범했지만 느슨한 형태의 선언적 공동체로, 경제·외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회원국들이 단일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