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목표로 사실상 대북·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천명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표현된 그간의 외교·안보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북·외교정책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체제 붕괴'까지 거론한 것은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의 실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붕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최고존엄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은 소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에 대해 그동안 격렬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체제 붕괴' 언급은 전례없는 고강도 압박을 통해 핵포기 등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화'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북한 정권에 대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극한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사실상 북한 정권을 겨냥해 초강경 대북·외교정책을 전개키로 한데는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의지가 분명해졌다는 판단도 깔렸다.
박 대통령은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면서 "이대로 변화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외교 정책 방향에 대해 고강도 대북 압박 추진을 공식화했다.
핵실험에 이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국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배치에 대한 한미간 공식 협의 착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등의 고강도 조치를 내놨던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런 조치에 대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양자·다자적으로 강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외교적으로는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러시아와는 연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수위나 사드 문제 등에서 다른 의견을 밝히고 있는 만큼, 한미일 3각 공조를 토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5자 대북 압박 공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변국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