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학부모 단체 잇단 반발…교육청 "정치적 해석 안 돼"
서울시교육청이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새 학기부터 서울시내 중·고교에 배포하기로 한 데 대한 교육자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는 5일 입장발표 자료를 내고 "학교를 이념논란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배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일제 강점기 인사들의 친일 행적은 비판받아야 하고 학생들에게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도 "친일인명사전은 편향 논란이 있는 서적으로, 이를 학교에 비치해 교수·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특히 교육청이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사전 구입 예산 집행 결과를 이달 24일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수업 활용 자료로 쓰도록 방법까지 명시했다면서 이는 비교육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단체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유관순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과 시의회 앞에서 잇달아 항의집회를 열고 친일인명사전 배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친일인명사전은 학생 교육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정치사전"이라며 "예산 고갈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하지 않는 교육청이 이런 데 예산을 쓰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친일인명사전을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교육감 고발 등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러나 친일인명사전 학교 배포는 애초 시의회의 의지로 추진된 것이라면서 교육청은 시의회가 편성한 예산을 시한(이달 말)에 맞춰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의회가 2014년 12월 교육청이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때 교육청이 요구하지도 않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는 설명이다.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김재환 과장은 사전을 학습 자료로 활용하도록 명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업 교재(교과서)가 아닌 교사의 보조자료, 토론자료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일반적 안내를 한 것"이라며 "도서의 비치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