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한 고급 호텔과 카페에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인질극이 외국인 등 29명의 사망자를 내고 하루 만에 진압됐다.
사망자는 모두 18개국 출신으로, 내국인보다 유럽 출신 등의 외국인 인명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 정부 군과 인근 말리에서 급파된 프랑스 군이 인질극 발생 다음 날인 16일 인질범 4명을 사살하고 이들이 장악했던 '스플렌디드 호텔'과 인근 '카푸치노 카페'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군은 스플렌디드 호텔에서 대치하던 젊은 테러범 3명을 사살한 뒤 인질로 잡혀 있던 126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후 인근 호텔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른 테러범 1명을 발견하고 추가 사살했다. 사살된 테러범 최소 4명 중 1명은 여성으로 알려졌다.
부르키나파소 안보장관은 사건 종료 후 사망자가 29명, 부상자가 최소 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프랑스인 2명도 포함됐다고 BBC는 전했다.
스위스 외무부도 이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자국민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인질극은 지난 15일 저녁 무장괴한 4명이 와가두구 중심부에 있는 호텔과 카페에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시작됐다.
이 호텔은 유엔 직원과 유럽인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4성급 호텔로, 아프리카에 배치된 프랑스군 병력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괴한들은 호텔로 진입하면서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이어 카푸치노 카페에서 벌어진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순식간에 10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괴한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호텔의 주요 출입구에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길가에 있던 차량 10여 대도 불에 탔다.
호텔에서 빠져나온 한 투숙객은 "괴한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총탄을 쐈고 온통 피투성이였다. 아주 끔찍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는 이 사건 직후 "프랑스와 못 믿을 서구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번 범행을 자신들의 소행으로 자처했다고 테러감시단체 SITE는 전했다.
AQIM은 지난해 11월 이웃국 말리 수도 바마코의 고급 호텔에서 발생한 유혈 인질극이 자신의 연계단체인 알무라비툰과 함께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당시 인질 사건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 20명이 사망했다.
알카에다는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경쟁적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군부대나 경찰 등 공권력이 아닌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양상이다.
전체 인구 중 무슬림이 다수인 부르키나파소는 27년간 장기집권한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2014년 10월 민중봉기로 퇴진한 뒤 정국 불안에 시달리다가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이 됐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로크 마크 크리스티앙 카보레 현 대통령은 참사가 발생한 호텔을 직접 방문해 "(이번 테러 행위는) 아주 비겁하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또 앞으로 72시간을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의 시간으로 정했다.
한편, 이날 부르키나파소 북부와 말리 접경지대에서는 호주 국적 의사와 그의 아내가 납치됐다고 현지 보안 당국이 전했다. 이들의 납치가 이번 호텔 인질 테러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부르키나파소 당국은 앞서 피랍 부부를 오스트리아인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호주인으로 정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