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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 ① 저성장 고착화…구조조정이 활로되나

By KH디지털2

Published : Nov. 2, 2015 -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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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이 심하게 덜컹거리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부문 매출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최근 나왔다.

제조업의 추세 성장률이 1980년대 11.8%에서 최근 5.4%로 반 토막 났다는 분석도 있다. 추세성장률은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중장기 성장 추세를 말한다.

물론 9월 산업생산이 5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인 2.4% 증가해 경기 회복세가 강해졌다는 희망적인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아직 현장의 체감 온도는 싸늘한 편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것처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의 위축은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저성장의 문제"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 전자, 철강, 건설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치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상당해 성장세가 벽에 부닥쳤다.

여기에 저유가 기조 등 글로벌 악재가 경제계 전반을 먹구름처럼 뒤덮으면서 제조업의 활력을 빼앗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높아지는 구조조정 목소리…조선업계 1순위 =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구조조정의 목적은 한계기업 정리만이 아니며, 생산성 있는 기업은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DB 산업은행은 장기간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로 하는 등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해양플랜트 악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사상 처음으로 모두 조원 단위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3사의 올해 영업 손실을 합치면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정상화를 위해 4조2천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권단은 단계적으로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민영화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다른 대형 조선사도 내년부터 인력과 조직, 수주를 대거 축소한다. 중소 조선업체는 옥석을 가려 통폐합하는 절차를 밟는다. 최대 1만여명이 2~3년 내에 감축될 전망이다.

해운업계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알려졌다. 경기불황과 선박운임의 비정상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Yonhap) (Yonhap)

업계 2위인 현대상선은 부채규모가 6조원대에 이른다. 2011년 3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2년 5천억원대, 2013년 3천억원대, 지난해 2천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급기야 업계 1위인 한진해운[17930]과의 합병설도 나왔다.

이에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부실을 털어내는 자구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재편 과정을 겪고 있다. 삼성이 두 번의 빅딜을 통해 석유화학 계열사들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민간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미 작년 말부터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펼치고 있다. 세아베스틸[001430]의 포스코특수강 인수, 동국제강[001230]의 유니온스틸[003640] 흡수 합병,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의 경영 혁신 등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저유가와 제품 단가 하락으로 최근 부진이 깊어지고 있어 역시 부실 사업 정리 등 추가 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외 플랜트 부실에 시달리는 대형 건설사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입해야 할 형편이다.

◇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 본격 가동 = 정부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선제적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처리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제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정부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리드해나갈 수 있게끔 분위기를 잡아주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었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들이 참여했다.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에 대한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작업을 돕는다.

협의체에서는 국내외 산업동향 및 산업·기업에 대한 정보공유·분석, 기업부채의 국내 주요산업 영향과 파급효과 분석을 진행한다. 기간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 등도 논의한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국장급 실무작업반을 격주로 연다.

산업 차원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업종은 개별은행이 아닌 산업의 큰 틀에서 구조조정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채권단에 기업 구조조정을 맡겼는데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민감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경우 산업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채권은행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체에서 처리방향이 정해지면 채권단은 여신회수 또는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돈줄을 쥐고 압박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는 경영 상황이 악화하거나 잠재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을 평가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채권은행이 지난 달 강화된 기준에 따라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기업은 11~12월 중 채권은행이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나서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신용위험평가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해오던 절차와 유사하지만 올해는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정부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해 구조조정 전문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