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에 동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천재 한인 소녀' 사건은 성공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낳은 비극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토머스제퍼슨(TJ) 과학고의 김정윤 양은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에 합격해 두 대학을 2년씩 번갈아 다니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합격 자체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한국과 미국 교포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WP는 한국과 교포 사회를 뒤흔든 한국인 소녀의 거짓말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국한해 다루지 않고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WP는 김 양이 대학 합격증을 정교하게 위조한 배경을 "(자녀들의) 성공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압박과 십대 자신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찾았다.
김 양이 다닌 TJ 과학고는 북부 버지니아의 한국 교민사회에서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낸 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 재학생은 "17개의 운동과 악기 연주를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뛰어난 학업 성적 외에 외부 활동에서도 인상적인 성취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며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의 이사회 멤버이자 재학생 부모인 문일룡씨는 "단순히 TJ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점점 받고 있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TJ고의 학생주임인 브랜드 코사트카 씨는 자신의 학업적인 성공 기준을 대학 합격증에서 찾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과 성공에 대한 압박은 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한 학생들이 좌절을 맛봤을 때 생기는 혼란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도 있다.
그는 "작은 연못에서 큰 고기로만 살다가 바깥 세상에 더 큰 고기가 있다는 것과 자신이 그저 수많은 별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