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 수서경찰서 대치지구대 박호(54) 경위가 개인물품 기증 의사를 밝혀왔다는 소식에 전화를 건 수서서 경무과 직원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가 꼭 필요한 동료 경찰관에게 전해달라며 기증하겠다고 밝힌 물건이 직접 산에서 캔 산삼이었기 때문이다.
산삼은 25년근 세 뿌리와 15년근 두 뿌리 등 총 다섯 뿌리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가 기준으로 500만∼700만원 상당의 가치를 갖고 있다.
고가의 물건을 선뜻 내놓겠다는 말에 놀란 경무과 직원들은 윤희근 수서서장에게 보고했다. 윤 서장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직원 중 산삼 같은 영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도록 했다.
이에 박 경위는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진다"면서 이끼가 깔린 아이스박스에 산삼 다섯 뿌리를 담아 바로 보내왔다.
수서서는 이 산삼을 암 치료 중이면서도 일선에서 근무 중인 이 경찰서 직원과 역시 암으로 투병 중인 직원 가족 등 두 명에게 나누어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작 본인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암에 걸린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정을 아는 다른 동료들이 대신 처지를 알려와 산삼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순경으로 입직해 29년째 경찰관으로 일해 온 박 경위는 "평생 등산을 취미로 삼았는데 7년 전부터 약초 공부를 하다 보니 3년 전부터는 간혹 산삼 같은 것이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한 산삼 다섯 뿌리는 지난달 중순 강원도의 어느 산에서 우연히 구한 것이라고 박 경위는 설명했다.
그는 "휴일을 맞아 평소처럼 산에 올랐는데 8부 능선 한쪽 골에 유독 주변의 풀과 달라 보이는 잎이 있어 살펴보니 산삼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고 전했다.
박 경위는 "지난달 초 우리 경찰서에서 50대 직원이 잠자다 갑작스레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면서 "이 산삼은 힘들고 몸이 좋지 않지만 묵묵히 일하는 동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경위가 산삼을 기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몸이 약해 학업을 포기하려는 명문대 학생과 혈액암 환자에게 직접 캔 산삼을 준 적이 있다.
박 경위는 "산을 너무 사랑하기에 산이 내게 주는 것이 있다면 사심을 채우는 대신 다른 이와 나누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산삼을 캐게 되면 주변의 아픈 이들이나 지역 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