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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입을 새도 없이’…中유람선 순식간에 전복

By KH디지털2

Published : June 3, 2015 -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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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를 입을 새도 없어 정신없이 집어들고 탈출했습니다."

지난 1일 밤 중국 양쯔(揚子)강에서 458명을 태우고 충칭(重慶)으로 향하던 호화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가 침몰한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연합) (연합)

2일 중국 신화통신은 구명조끼에 매달려 밤새 표류하다 뭍에 도착해 살아남은 여행사 직원 장후이(43)씨의 증언을 통해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장씨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30분 전인 밤 9시께 50~80대 노인 여행객 상당수가 포함된 승선객 대부분이 평화롭게 잠자리에 들었고 장씨는 다음날 여행 일정을 검토하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붓기 시작했고 번개가 쳤다. 폭우가 배의 오른쪽을 때리기 시작했고 선실 안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창문이 닫혀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20분 뒤 장씨는 배의 우현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와 좌현에 있는 침실로 가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배는 순식간에 한쪽으로 쏠려 금세 45도나 기울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병들은 바닥으로 마구 굴러 떨어졌다.

그가 옆에 있던 지인에게 '위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하자마자 배는 뒤집혀 버렸다.

장씨와 그의 동료가 구명조끼를 집어들 수 있는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배가 가라앉는 동안 그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붙잡으며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으려 애썼다.

수영을 할 줄 몰랐던 그는 미처 입을 새도 없어 손에 쥐고 있던 구명조끼에 의지해 강을 따라 표류했다.

장씨는 주변에서 10여 명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을 봤지만, 5분 뒤 3~4명의 목소리만 들렸고 그마저 결국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박같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람선 선실마다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었고 사고가 그렇게 빨리 나지 않았으면 많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가기상센터는 사고 당시 현장 부근에 초속 35m의 회오리바람이 불었고 1시간에 97㎜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강풍과 폭우로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뒤집힌 유람선이 3㎞를 떠내려가면서 생존자 구조에 좋은 신호가 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는 울산대 박치모 교수를 인용, 유람선이 떠내려갔다는 것은 배를 뜨게 하는 공기가 내부에 충분하다는 뜻이고 이는 생존자들의 호흡에 필요한 에어포켓이 충분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