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퀴어(queer, 성소수자) 축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기독교 등 반(反)동성애 단체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6월9일 오후 6시부터 5시간 동안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500여 명의 성소수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축제는 이후 2주간 서울 곳곳에서 진행된다.
퀴어축제는 매년 신촌에서 개최됐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주최 측은 그동안에도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열기 위해 수차례 신고서를 냈으나 다른 일정과 겹쳐 실패하다 이번에 신고서가 처음 수리됐다.
서울광장 사용은 박원순 시장 취임 후인 2011년 말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돼 다른 일정과 겹치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는 신고서를 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축제가 서울의 상징적 공간에서 열리는 탓에 서울시청 앞에선 이미 몇 달 전부터 기독교 단체 등이 서울시가 신고를 수리한 것을 비난하며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에도 서울시민 인권헌장에 성소수자 권리 보호 문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알려지자 시청 앞을 점거하고 극렬히 반대, 결국 헌장 제정이 무산된 바 있다.
전국학부모연합 등 교계와 시민단체도 이번 퀴어축제 당일 '맞불 작전'으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서 기도회 등 자체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각종 매체를 통한 반대 광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 신촌에서 열렸던 퀴어축제에서 일부 참여자가 누드 퍼레이드를 했던 점을 언급하며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이 서울시에 낸 신고서를 보면 갈등이 불거질 만한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다.
주최 측은 '평등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 전시회, 시민과 함께 즐기는 문화제, 유명인사의 축하 발언, 합창 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최 측은 "퀴어문화축제는 구글코리아와 엘지비티코리아, 80개 시민·문화·여성단체가 후원하는 16년 역사의 축제로 그동안 안전 사고가 하나도 없었고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반대 단체들의 항의가 수그러들지 않자 서울시는 주최 측에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중재 방안과 방호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주최 측은 사전 교육을 받은 안전요원 30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안전선(線)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 행정국 관계자는 "행사 전 양측을 함께 불러 물리적 충돌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재하고, 경찰에도 협조를 구할 것"이라며 "행사 당일 시위자들이 시청을 점거하는 등 불상사에 대비해 방호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