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일본 방문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과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대화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9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직접적 조언 대신 독일의 과거사 직시와 반성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정중하게 비판을 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쉽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어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기도 한 아키히토 일왕이 오랜 기간 어류와 해양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음을 전제하고서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제인 기후변화와 해양 보호에 관해 누구와도 훌륭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전하면서 대화는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일 목적 가운데 하나는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을 대표해 참가국들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신문은 특히 메르켈 총리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피아노 희귀 초연 작품집을 선물했고, 아키히토는 아마 이 선물을 마음에 들어했을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바그너의 오페라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은 아키히토 역시 첼로를 다루는 클래식음악 애호가라고 전했다.
앞서 아키히토 국왕은 지난 1월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 일본이 종전 70주년이라는 분기점을 맞이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크게 주목받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왕이 만주사변을 거론한 것은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해석과 함께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