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병' 또는 '귀족병'으로 불리는 통풍은 우리나라에서 40%가량이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증 악화를 호소하는 통풍 환자 10명 중 7명은 그 원인이 술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천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 백한주·최효진 교수팀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통풍으로 진단받아 치료 중인 3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인의 통풍 발생 계절성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통풍은 음식물이 대사되고 남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면서 발가락 관절, 발목관절이나 다리 등에 염증성 통증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통풍으로 발생하는 통증은 통풍이라는 이름처럼 어른도 울릴 만큼 심한데, 전체 통풍 환자의 90% 이상이 엄지발가락에 관절염 증상을 호소한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52.2세, 평균 유병 기간은 26.8개월이었다. 성별로는 남성(318명)이 여성(12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성 환자가 더 많은 것은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신장에서 요산을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통풍이 발생한 계절은 여름(6~8월)이 36.7%로 가장 많았고, 이 중에서도 6월에 전체 환자의 15.6%가 집중됐다. 이어 봄(25.4%), 가을(20.7%), 겨울(17.2%) 순이었다.
이 같은 통풍 발생의 계절적 차이는 외국의 논문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봄에, 호주에서는 가을에, 이스라엘에서는 봄과 여름에, 영국에서는 여름에 발병이 잦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 차이와 증상 악화의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신체활동의 증가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혈청 내 요산이나 지질, 코티솔 등의 농도와 음식섭취의 변화, 음주, 체온, 감염 등도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요산 저하제 치료 중 통풍 증상이 악화한 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가장 큰 악화 원인으로 음주(72%)가 지목됐다.
통풍에 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이 혈중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도 억제해 급성 발작의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풍을 예방하고, 증상의 악화를 막으려면 일단은 무조건 금주하라고 지적한다.
최효진 교수는 "통풍의 증상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급성기 환자 일부는 걷지를 못하거나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각하다"면서 "만약 통풍 증상으로 의심되거나 급성기 진단을 받았다면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금주하고, 육류와 해산물을 줄이는 등의 절제된 식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3월호에 발표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