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문화적 코드가 공존하는 세계화 시대에도 컬쳐 쇼크는 존재한다. 타 분야에 비해 세계화의 속도가 빠른 광고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한 문화에서는 심각하거나 건전한 광고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우스꽝스럽거나 외설스럽게 보이는 촌극도 종종 벌어진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괴상한 한국 광고”에 과거 가수 조성모나 배우 이준기가 출연한 음료 광고가 있다면, 외국인들이 꼽는 “괴상한 한국 광고”는 한국의 실내 운동기구, 껌, 피자, 인형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아우른다.
1. 자가 승마 운동기구
CNN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는 “이상한 것들 (Risticule)”이란 뉴스 코너를 진행하던 중, 모 한국 기업의 운동기구 광고를 소개하며 “한국의 홈쇼핑 광고로 추정되는 방송에 나온 운동 기구로, 외설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 (“A piece of whatever-this-thing-is”)”이라고 부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기구는 승마 유사 운동을 할 수 있는 실내 운동기구다.
광고 내레이션이 한국어로 방송되기 때문에 외국 시청자들은 운동의 효과를 설명하는 정보 전달 부분에서는 이해도가 떨어지는 반면, 건강기구 광고 특유의 힘찬 어조와 출연자의 특정 신체 부위가 클로즈업 되는 모습은 유독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어서 쿠퍼는 시청자와 함께 광고 방송을 일부 시청한 후, “언어장벽의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저것은 단지 외설적인 것들을 연상시키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놀라움으로 숨을 들이켰다.
끝으로 그는 “적어도 이 운동기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거실에서 승마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더라도 저런 기구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승마자세를 하면 넘어지고 말 것”이라며 재치있게 덧붙였다.
2. 피자
과거 방영된 피자헛 로열크러스트 피자 광고도 “괴상한 한국 텔레비전 광고”로 선정돼 유투브에 소개되며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광고 속에는 한 미녀가 등장해 어깨에 맨 활통에서 화살 대신 소시지를 쏜다. 소시지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피자 과녁의 정중앙에 명중한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레이싱 퀸 컨셉의 여성이, 온라인 게임의 엘프 캐릭터를 흉내 내 신 메뉴의 강렬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시지가 흔히 남성의 성기에 비유되는 서방권 국가에서는, 소시지가 날아가 피자에 꽂히는 것은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3. 자일리톨 껌
과거 방송된 한국 모 제과회사의 자일리톨 껌 선전도 해외 유저에 의해 “괴상한 한국 텔레비전 광고” 동영상으로 편집되어 유투브에 널리 소개된 바 있다.
광고 속에는 한 젊은 부부가 등장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이 때 갑자기 녹색 조끼를 입은 핀란드의 백발 노인이 집안에 등장해 활동적인 춤을 추며 “좋아요 (휘바)”를 거듭 외친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자생하는 자작나무 성분이 함유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해석되는 반면,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마치 한국인이 외국제 김치 선전에 등장해 우리말로 “좋아요”를 외치며 탈춤을 추는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
4. 인형
바비인형을 포함한 그 어떤 외국의 인체형 인형 광고도 인형이 방귀를 뀌고, 대변을 본 후 변기 물을 내리는 “깨는”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다. 바비의 아름다움과 매일 같이 쇼핑과 파티를 즐기는 영화같은 삶을 재현하며 놀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부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서구의 인체형 인형들은 눈을 깜빡인다거나, 팔다리 관절이 돌아가는 정도로만 실제 인체와의 유사성을 반영한다. 아기나 아동을 본뜬 인체형 인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모 완구회사가 제작한 모 아기 인형 광고는 “괴상하게도” 인형의 사실주의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인형은 우유를 먹고 나면 트림을 하고, 밥을 먹으면 대변도 보며 방귀도 뀐다.
해외 시청자들의 경우, 인형이 트림을 하고 대변을 모습이 클로즈업 되는 동시에 갑자기 더욱 유쾌해지는 한국어 내레이션을 들으며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5. 보일러
한국의 모 보일러 기업의 가스 보일러 광고도 외국 시청자들이 꼽은 “괴상한 한국 광고”로 꼽히며 유투브에서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보일러 광고에는 오렌지색의 타이트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등장해 처음부터 끝까지 섹시춤을 춘다. 해외 시청자 관점에서는, 보일러 제품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상한 장면이다.
게다가 프랭크 바움 작의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인간이 등장해, 흩날리는 만원권 지폐 속에서 춤을 춘다. 보일러의 높은 효율성으로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그러나 서구에서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빨강머리 앤”처럼 순수한 유년기의 추억이 담긴 국민 동화이며, 양철인간은 여주인공 도로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는 선하고 든든한 친구다. 양철인간이 지폐속에서 춤추는 장면에서 해외 시청자가 느끼는 이질감은, 앤이 흩날리는 지폐 속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본 국내 시청자가 느낄 당혹스러움에 비견될 만 하다.
코리아헤럴드 온라인뉴스부 (joowonc@heraldcorp.com)
<관련 영문 뉴스>
‘Weird Korean commercials’ gets 1.4m YouTube hits
A YouTube video clip on “weird” Korean television commercials has gained more than 1.4 million hits since it was first uploaded on July 9, 2013 by user CrusaderCast.
The footage contains 14 TV commercials -- 13 Korean and one Japanese -- that may appear normal to locals here in Korea, but look hilariously odd to foreign viewers.
These “weird” commercials promote 14 different products, from gas heaters and Xylitol gum to Pizza Hut and a horseback riding machine.
(joowon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