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피터빈트

비탄에 빠진 국민들, 답답함, 좌절감, 울분 호소

By 신용배

Published : April 20, 2014 -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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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44) 씨는 주말 직장동료들과 봄산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명의 어린 학생과 시민들의 생사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소식에 마음이 먹먹해져서다. 박 씨는 “놀러가서 직장 동료들과 웃고 즐기고 할 마음이 아니다”며 “다른 사람들 의견도 비슷해 안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무서워서 집밖에 나가기도 싫다. 주말 내내 집안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연합)

남양주시 덕소에 사는 주부 연모(42) 씨는 하루 종일 세월호 관련 실시간 뉴스 방송을 켜놓고 멍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린다. 물속에 잠긴 학생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연 씨는 “하루종일 세월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다. 집단 우울증 증세마저 엿보인다. 사람들 둘셋만 모이면 세월호 이야기에 한숨소리가 터진다.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과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침울해 하다가, 혼자서 빠져나온 무책임한 선장과 이런 상황을 방치한 무기력한 정부에 화가 나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마포구에 사는 주부 김모(51) 씨는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진 이후 두통이 심해졌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예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김 씨는 “뉴스 보는 게 힘들어 홈쇼핑 방송을 틀어 놓기도 하지만 어느순간 뉴스를 보고있게 된다”며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놀러나간 아이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집단 불안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망자나 사망자 가족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자책을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번 세월호 같은 대형참사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 뿐 아니라 TV 등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며 “구조작업이 진척이 없고 구조상황이 악화일로로 가면서 답답한 마음과 좌절감, 울분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이 일반국민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또 “집단문화가 강한 우리 국민들의 특수성때문에 경우 이번 참사를 나의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집단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가급적 너무 오랫동안 TV를 시청하지 말고 간단한 운동이나 산책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말 열릴 계획이던 각종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맘때면 전국을 수놓는 봄꽃 축제는 대부분 없던 일이 됐다.

용인시는 18∼20일 예정된 ‘제2회 용인에버 벚꽃축제’를 취소했고, 안산시도 19일부터 나흘간 예정돼 있었던 튤립 축제 행사를 취소했다.

주말에 광화문 광장에서는 열릴 계획이던 부처님 오신 날 관련 행사와 직거래 장터 등도 모두 취소됐다.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예정돼 있던 100만인 걷기대회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서울시는 5월초까지 개최하려던 행사 16건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도내에서 5월까지 개최 예정인 공연 및 축제성 행사의 자제를 당부했고 부산도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개최 예정인 멸치축제 등 축제와 행사를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했다.

김태균 서울시 기획담당관은 “행사를 대부분 취소할 계획이며, 불가피하게 행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문화공연 등은 자제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말 열린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 응원전은 사라지고, 조용히 경기만 치러졌다. . KIA는 18일부터 문학에서 열리는 SK와의 주말 3연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19일과 20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6경기와 K리그 챌린지 4경기 등 총 10개 경기장에서 행사 및 응원전이 사라지고, 득점 후에도 선수들의 화려한 골 세레머니, 폭죽, 음악, 영상효과 등을 찾기 어려웠다. 2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안산과 고양의 K리그 챌린지 경기는 아예 취소됐다.

문화 예술계도 제작발표회나 야외 공연을 대부분 취소하는 등 숙연한 주말을 보냈다. 19일 공연예정이었던 한류 문화 공연 ‘와팝’은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 온국민은 슬픔에 젖은 상황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승환이 참여하는 ‘브이올스타즈 VOL.2’ 공연도 무기한 연기됐고, 아이돌 그룹 투하트, 엑소, 에이핑크, 블락비 등도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주말 예정됐던 영화 홍보 행사도 대부분 취소됐다. 보아 주연의 ‘메이크어 유어 무브’, 현빈 주연의 영화 ‘역린’,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 등 영화 행사가 모두 열리지 않았다. (onlinenews@heraldcorp.com)



<관련 영문 기사>

Nation in grief

As the death toll creeps up and hope fades for about 250 missing passengers on the submerged ferry, grief and despair are sweeping through the nation, with many South Koreans opting for donations and volunteer work over spring festivals, weekend getaways and Easter celebrations.

At the frontline of the rescue efforts, the families of the missing have been camping out on Jindo Island off the southwestern coast since the Sewol capsized and sank there.

But it is the entire population, not only the relatives, that is grasping at straws. For many, it was like losing a family member or close friend.

“I just can’t stay focused at work when thinking of the victims, especially the students,” says Yoon So-ra, a 30-year-old company employee.

Some 320 students from Danwon High School in Ansan, Gyeonggi Province, were among the 476 on board.

“Most of them were so young that they have yet to get their fingerprints registered, which means it would take much longer to confirm their identities even if their bodies have been found.”

Oh Mi-jin, a 37-year-old mother of two, expressed deep regret that the ferry operators and maritime authorities didn‘t respond much better in the initial moments after the accident.

“Prevention must have been possible, or they could have been able to minimize the casualties at least,” she says. 

“I don’t think I would send my children on school trips -- this kind of man-made disaster may occur again.”

While a mixture of sorrow, anger and desperation prevails, many central and local governments have postponed meetings and public events. A multitude of much-touted K-pop concerts, performances and sports events were put on hold or cut back, with singers and actors relaying donations.

“We pray for a miracle,” said a banner put up at a serene football stadium in Seoul on Sunday. Another read “Cheer up, you will come back. Miracles do exist for you.”

Despite what looked like the perfect conditions for an outing, theme parks, shopping hotspots and major downtown districts appeared much quieter than normal this weekend.

Everland, an amusement park run by Samsung Group in Yongin, Gyeonggi Province, registered about 30,000 in the number of visitors as of 4 p.m. Saturday, down more than 30 percent from a week ago, officials say. Seoul Grand Park in Gwacheon also saw its own figures plunge by nearly 24 percent that day to around 25,000.

Some 2,300 people visited the Hallasan National Park on the resort island of Jeju on Sunday, which is almost half its weekend average, while Mount Yongmun in Yangpyeong on the outskirts of Seoul had about 2,500 mountaineers, marking a 30 percent decline.

“All our official events were canceled, and in the office we kept the television on all week long to watch live coverage,” said Kim Hyun-joo, a 30-year-old worker at Yongin City Hall.

“We’ve been also getting queries from city residents who want to join the volunteers or send donations.”

At a park in Ansan, some 2,000 Danwon High School students, their parents and residents held an emotional candlelight rally for a third day on Saturday, reading letters and praying together.

“I’m so sorry that the only thing we could do is to pray and hope for a miracle,” a Danwon graduate tearfully said while reading her letter at the podium.

“I tried to deny the accident as a lie … it breaks my heart that it is an irrevocable truth. I’m longing for a miracle. Please come back.”

Meanwhile, more than 5,000 people with 244 nongovernmental and religious groups have so far volunteered to carry bodies, send out food and clean up the site, according to the Central Disaster and Safety Countermeasures Headquarters in charge of the accident site.

Corporate Korea has been a key source of assistance. While Hyundai Samho Heavy Industries Co. and Samsung Heavy Industries Co. provide core equipment like towing ships, retailers including Lotte Mart, Shinsegae Food Co. and CJ Foods Inc. have distributed food and other necessities.

On Easter Sunday, churches and cathedrals throughout country prayed for the safe return of the missing passengers. Cardinal Andrew Yeom Soo-jung expressed sadness and hope for the victims during a mass at a Seoul cathedral.

Temples in North Chungcheong Province said they have decided to hold a solemn mass for the May 6 Buddha’s Birthday instead of music concerts.

About 50 days ahead of a pivotal local election, the ruling and opposition parties have reached at a rare truce, suspending primaries, campaigns and other related procedures.

Some observers raised the possibility of a delay of the election, but the chances of this are slim as it would require a legislative amendment. 

By Shin Hyon-hee (heeshin@heraldcorp.com)